낙타의 눈물
낙타의 눈물
  • 김현석
  • 승인 2014.02.0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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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感動)은 느끼고(感) 움직이는(動) 것

[발행인 칼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는 인류를 사랑하는 게 더 쉬운 일이다” -에릭 호퍼

YSEN 발행인
이 말은 눈에 보이는 가까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에서 나온 말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의 허물은 쉽게 보이고 자주 부딪치기 때문에 극복하고 승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는 거창한 존재, 혹은 거대 담론을 숭상하기가 더 마음이 편하다는 속설을 말해준다.

‘Eric Hoffer(에릭 호퍼1902~1983)’의 이 말은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귀담아 듣고 곱씹어 봐야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가까운 이웃을 상대하는 어려운 활동들은 아예 접어두고 ‘인류애’같은 멀고 추상적인 구호성 활동들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정치인 혹은 정치지망생들 중에는 ‘교만하다’, ‘인격모독성 발언을 자주 한다’, ‘비판만을 능사로 한다’, ‘봉사활동이나 희생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는 인물평을 받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적 상대자를 향해서는 온갖 험담들을 서슴없이 퍼부으면서 근거 없는 악성 루머까지 살며시 얹어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본인은 생활정치, 서민정치, 개혁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노라고 호언한다. 가까운 이웃에게서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또 정치권력을 비판하기에 익숙한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 중에는 정작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펼치는 비판행위들이 그 진정성을 발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외치는 구호가 그럴듯해 보일지언정 우리에게는 추상적이면서 비현실적인 거대담론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만 자신을 바꾸려고 하진 않는다” -톨스토이

개혁을 말하고, 새정치를 말하는 자는 ‘感動’(감동)이 무엇인지부터 말해야 한다.

이어령 교수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그의 저서에서 ‘낙타의 눈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감동과 변화를 이야기했다.

낙타는 사막이라는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인지 등에 물주머니를 지녔고 모래바람을 막는 긴 눈썹을 가졌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낙타의 성격이다.

프랑스 말에 ‘낙타 같은 사람’하면 이기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욕으로 통하며, 성경에서도 낙타는 60행에 걸쳐 63번 언급됐는데 그리 좋은 뜻으로 인용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낙타 중에는 모성애 없는 낙타들이 있다고 한다. 새끼가 굶주려 죽게 생겼는데도 젖을 물리지 않고 가까이 오면 발로 차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낙타들도 제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정을 들여 키우게 할 수 있는 놀라운 비법이 전해온다. 바로 몽골 사람들이 터득한 방법이다.

몽골사람들은 매정한 낙타를 다스리기 위해 마두금이라는 현악기 연주와 함께 노래를 들려준다. 마두금 악기를 잘 다루는 악사를 먼 데까지 가서 초대 한 다음 낙타를 앞에 두고 마을 사람들이 연주회를 연다. 이때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로 그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가 나선다. 이 할머니는 자식 손자를 많이 키워 본 여인이어서 자장가와 같이 다정다감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구슬픈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아름다운 선율과 사랑의 노래를 들은 낙타는 그 눈에 눈물방울이 맺히며 이내 눈물이 흘러내리게 된다. 이 낙타는 모성애를 되찾고 제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정을 들여 잘 키우는 어미낙타가 되고, 이러한 장면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이어령 교수는 이것을 극적인 장면이라 말하면서 ‘감동’에 대한 한자어를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감동’은 뜻 그대로 ‘느끼고(感) 움직인다(動)’는 것. 그리고 변화는 감동을 통해서 온다는 것이다.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자, 사회를 더 낫게 발전시키겠다고 말하는 자는 먼저 ‘감동’이 무엇인지를 체험해 본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감동’을 알고 또 상대를 ‘감동시킬 줄 아는 자’가 가까운 이웃을 사랑할줄 아는 자일 것이고 더 나아가 바로 이 세상을 변화시킬 최적임자가 아닐까 싶다.

여수시 소호 앞바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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