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오보성 기사’ 어쩌나
언론의 ‘오보성 기사’ 어쩌나
  • 김현석
  • 승인 2013.08.19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보기사 자체보다 성찰 없는 자세가 더 문제

[발행인 칼럼]      지난해 5월 대한민국 언론은 집단적으로 오보를 냈다.

2010년 8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등장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아프가니스탄 여인 ‘비비 아이샤’ 관련 기사에서다. 아이샤는 2009년 남편의 학대를 피해 도망쳤다가 탈레반에게 붙잡혀 코와 귀가 잘린 비운의 여성이다.

이 아이샤의 근황에 관해 미국 CNN과 영국의 ‘데일리메일’ 등의 매체가 꾸준한 관심을 갖고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2012년 국내 언론 대부분은 데일리메일이 쓴 기사 ·내용을 잘못 해석했는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사실’로 보도되었다. 아이샤가 성형수술을 받고 재활기간 적응 훈련을 마쳤다는 제목과 함께 미국의 한 비영리 의료기관에서 아이샤 본인의 뼈와 조직, 연골 등을 이용해 인공 코와 귀를 만들어 이식했다는 상세한 설명도 곁들었다.

그러나 데일리메일의 영어기사 원문은 아이샤가 비영리단체 그로스만번 센터로부터 인공 코를 받았으며 주치의 그로스만 박사는 “아이샤의 뼈와 인체조직, 연골 등을 이용해 코와 귀를 재건하는 좀 더 영구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나왔을 뿐이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도 기사내용을 뒷받침해 주지는 못했다. 이는 명백한 오보였다.

이에 채널A 김나리 기자는 2012년 5월30일 ‘미디어 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언론사 한 곳이 아니라 대다수의 언론이 집단적으로 오보성 기사를 똑같이 쓴 것은 “엉터리 번역과 베껴쓰기 관행이 부른 해프닝”이라고 질타하고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 개탄했다.

김 기자는 언론이 집단적으로 오보를 낸 이유가 바로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최초 기사를 확인과정 없이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오보라면 응당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제발 방지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며 언론의 성찰을 강하게 촉구했다.

지역에서도 오보는 피해갈 수 없다. 일단 속보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다보니 똑같은 기사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최초로 보도된 기사의 팩트가 맞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다음 보도자료를 손봐야 할 시간이 온다. 그러니 논조가 거의 비슷하고 팩트를 해석하는 기사의 스탠스(기본자세) 역시 같은 방향이다. 물론 홍보가치가 있는 보도자료의 경우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보도내용이 같을지언정 가능한 독자 여러 계층이 볼 수 있도록 많이 노출되어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오보성 기사를 대하는 언론의 반응에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오보를 내 놓고도 정작 그 기사가 오보인줄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오보를 즉각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언론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가급적 오보성 기사를 내지 않아야 한다. 또한 언론이 독자들로부터 권위까지 부여받고 싶다면 잘못된 보도행태를 과감히 고백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독자들은 가장 빨리 기사를 쏟아 내는 언론보다도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중시하는 언론사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언론을 많이 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여수시 여서동6길 17-9 1층
  • 대표전화 : (061)653-2037
  • 팩스 : (061)653-20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혜미
  • 법인명 : 인터넷뉴스 YSEN
  • 제호 :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전남 아 00308
  • 등록일 : 2018-06-12
  • 발행일 : 2018-06-29
  • 발행인 : 김혜미
  • 편집인 : 김혜미
  •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journal@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