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론, 이규보에게서 배워라
정치와 언론, 이규보에게서 배워라
  • 김현석
  • 승인 2013.06.26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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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다

[발행인 칼럼]

이규보(1168~1241)는 본래 호탕하고 기개가 센 인물이다. 그는 몽고가 침입했을 때 예순이 넘는 나이임에도 전장에 나섰고, 당시 유행했던 당과 송나라의 시문형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체험을 진솔하게 담은 작품을 써 새로운 문학의 길을 연 문장가로 당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보리出)

무릇 우리사회에서 말과 글로 영향력 좀 행사한다고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꼭 되새겨봐야 하는 대목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이규보는 ‘서청시화’에 나온 왕안석의 시를 보았다.


                       해 질 녘 비바람에

                       동산 숲이 어두운데

                       시든 국화가 떨어지니

                       황금이 땅에 가득한 듯


그러나 왕안석의 이 시는 구양수의 비판을 받게 된다. 구양수는 “온갖 꽃이 다 떨어져도 국화는 홀로 가지에 붙은 채 마르는데 어찌 떨어진다 하였는가?”라며 시의 ‘팩트(사실)’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사실 구양수의 지적은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왕안석의 반응이 문제였다. 그는 크게 성을 내며 심하게 반응했다. “이는 ‘초서’에 ‘저녁에 가을 국화 떨어진 꽃잎을 먹는다’ 한 것도 모르는 게다. 구양수가 배우지 못한 허물이다.”라고 공박했다.

이규보는 이 대목에서 왕안석의 점잖지 못한 반응을 나무라고 나섰다.

“시라는 것은 느낀 바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다. 내가 일찍이 큰 바람이 불어 모진 비가 올 적에 국화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왕안석의 시에 이미 ‘해 질 녘 비바람에 동산 숲이 어두운데’라고 일렀으니, 이는 보고 느낀 대로 나타낸 것이어서 구양수 말에 반박한 것은 옳다”고 하면서 먼저 왕안석의 반응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곧이어 ‘초서’까지 거론하며 ‘배우지 못한 자’라고까지 단정한 것에 대해서는 왕안석이 너무 심한 표현을 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구양수가 만일 널리 배우고 많이들은 자가 못 된다고 하더라도 ‘초서’가 특별히 보기 어려운 책이 아닌데 구양수가 보지 못했겠는가. 하물며 구양수는 당대 이름난 선비인데 배우지 못했다고 한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나는 왕안석을 점잖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정책이 아닌 개인비판에 매몰되는 말과 글을 경계한다


지금 지역 정가는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각기 내로라하는 정당예비후보자들과 정치지망생들이 세를 규합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확실한 공천라인을 잡고자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소수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현 시장에 대한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고, 또 이를 악용하려는 정치세력들까지 합세해, 한때는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마치 사실인양 둔갑해 퍼지는 점입가경의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대놓고 말해, 다음 6기 시 집행부에 입성하고 싶은 단체장 후보라면 현 5기 집행부의 열정이나 업적을 넘어설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아니면 과거 자신들이 살아왔던 진정성 있는 삶의 궤적들을 어필(appeal)해 시민들로부터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정당공천장의 무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직도 지역 여당격인 민주당 공천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게 된다. 이들에게서 ‘책임과 권한의 자리’는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것과 같아 보인다.

정당공천을 뛰어넘을 정도의 개인역량을 발휘할 사람이 도전장을 내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는 비열한 정치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 안 되는 자리로 자꾸 가려고 하니까 무리수가 나오는 법 아닌가.

무엇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이규보는 ‘왕안석의 국화 시’를 보고 자신의 견해를 세게 밝혔다.

먼저, 구양수를 향한 왕안석의 반박에는 충분히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왕안석이 구양수 개인을 비판한 데에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나무랐다. 과도한 개인비판에 선을 그은 것이다. 언론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현 5기 시 집행부에 대한 일부 언론과 활동가들의 비판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과도하고 개인비판적일 때가 많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언론과 양식 있는 이들의 침묵이다. 이 지역에서 이규보와 같이 기개 있는 언론인과 정치인을 기대하는 게 지나친 욕심일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어찌된 게, 자꾸 ‘아닌 것’ 이 아닌 ‘옳은 것’마저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진제공) 조직위 홍보실,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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