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자기존재의 근거다
글은 자기존재의 근거다
  • 김현석
  • 승인 2013.03.2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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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영’과 ‘김려’. 역사와 야사를 가차 없이 다루다

[발행인 칼럼]

김택영의 ‘한사경’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박은식의 ‘한국통사’와 더불어 우리 역사를 재해석하는데 한 획을 그은 역저 중의 역저이다. 이들 세 역사학자의 공통점은 나라를 잃은 망국의 슬픔을 딛고 서서 패망의 근본 원인을 직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택영은 우리 역사의 아픈 구석을 가차 없이 짚어냈고 주저하지도 않고 일갈했다.

그는 조선의 성군 세종마저도 단지 ‘유학을 진흥시키고 빈궁한 백성을 조금 구제한 군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선비답게 산다는 것.P226.안대회) 또한 ‘황희’ 재상과 ‘허조’도 군주를 잘못 보좌한 신하로 매도했다.

김택영의 글을 직접 옮겨보면, “세종이 일본을 정복하고 6진을 개척한 일을 보건대, 인자할 뿐만 아니라 큰 용기와 큰 지략도 아울러 갖추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통치철학을 널리 적용시켰다면 서얼금지법도 풀 수 있었을 것이고, 군포법도 부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문무를 함께 쓰고 농업을 일으켜 오래도록 풍요롭고 부강한 업적을 자손에게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종임금이 남긴 업적은 유술을 숭상하고 가난하고 게으른 백성을 편안히 한데 불과하다. 아! 이것은 고루하고 고식적인 황희와 허조같은 무리들이 잘못 인도한 까닭이 아니겠는가!”

어찌 보면 김택영의 문제의식은 지금의 기자정신과 다름없었다. 그는 중종 때 사림정치를 주도한 조광조가 조급증과 맹목적 명분주의에 빠져서 실패했다며 이는 조광조의 짧은 학문 탓이었다고 분석했다.

송시열도 학문을 좋아하는 군자이긴 했지만 그의 학문은 편벽되고 수양도 덜 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송시열이 새로운 성리학설을 제기한 윤휴를 사문난적으로 몰아세운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역사가가 쓴 서술이나 기자가 쓴 글 등은 바로 당시의 ‘자기 존재’를 보여주는 행위이다.

김택영은 역사와 인물을 날카롭게 비판했을지언정 저주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글을 쓰는 이들의 자세와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다. 글을 쓰는 자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하지 말고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가차 없이 기록할 줄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 또 한 명의 역사가 ‘김려’는, 야사를 가다듬어 거대한 분량의 총서를 집대성했다. ‘창가루외사’ 120권, ‘한고관외사’ 140권을 일목요연하게 편찬해 낸 것은 오로지 그의 역량에서 나온 것이다.

김려의 야사 정리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전래하는 사본을 전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의 오류를 찾아 바로잡고, 주석을 꼼꼼히 다는 등 정밀한 텍스트 비평을 가했다’(같은 책, P222) 그리고 ‘민간에 전해지는 소문을 함부로 기록하는 패관잡기나 허구적 이야기를 쓴 소설과 같이 야사가 조잡하고 신빙성 없이 저술되는 것을 경계했다.“(P223)

김려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역사는 천하의 공언이다. 당론이 생긴 이래 공언을 쓴 역사가 없다. 역사를 저술하는 자가 저울이나 거울과 같이 마음을 지극히 공평하게 갖고 있어도 동인은 동인, 서인은 서인의 편견을 벗어날 수 없거늘, 하물며 처음부터 공정하게 쓰려는 마을을 갖고 있지 않는 자야 말해 무엇 하랴?”며 역사를 왜곡하는 폐해를 개탄했다.

오늘 선현들의 글을 접하면서 작금의 언론현실과 정치풍토를 떠올리게 된다. 제6기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1년여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이 지역은, 시의 장기적 미래와 비전을 논하려는 측과 오로지 정치적 야망을 채울 욕심으로 현 시장 비판만을 능사로 해 대는 측으로 나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교체되지 않는 권력’이라 불리는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시장퇴진 논리는 이미 그 명분과 논리를 실종한지 오래되었다.

여수시 공무원 횡령사건은 현 시장이 오히려 회계부정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도록 지시한 사건이며, 시의회회계전문가들의 20여일 간의 감사와 전남도 감사, 그리고 감사전문기관인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되지 않았던 초유의 사건이었다. 또한 여수만의 사건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시장의 해외 공무 수행을 비난하는 것도 너무도 궁색한 목소리에 불과하다. 해외에 나가서 얻어온 실적들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시티파크 사회공익사업 환원도 마찬가지다. 문수동 다산아파트 건설 논란도 일부 시의원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땅투기 의혹’,‘져주기 소송’ 등은 사실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본연{本然)을 지키자. 무분별한 비판이 도를 넘으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비난으로 이기려는 정치 전략은 패망을 재촉하는 길이다. 비전과 대안으로 승부하려는 자가 진정 우리의 영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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