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납세 의무에 대한 단상
종교인 납세 의무에 대한 단상
  • 김재출
  • 승인 2013.03.17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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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좀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때

10여년 전 대두된 적이 있었던 ‘종교인 납세 의무에 관한 찬반의견’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출 '낮은 울타리' 교회 목사
정부(기획재정부)가 직접 나서 종교인 납세 문제를 사회적 공론으로 제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책 담당자의 강력한 의지 천명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별다른 해법이나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이고 또다시 ‘미션 임파서블 이슈’로 남아있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필자는 종교인 납세에 대한 중요한 이슈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 종교인은 근로자인가?

종교인들의 활동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데 과연 종교인들의 활동을 근로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인지, 그 과세 대상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서 있지 않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그의 직분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급여체계에 대한 보상 없이 목회 일에 헌신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어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목회자와 교회들은 우리 사회가 극도로 가난했던 시절 자신의 것을 다 나누어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해 왔던 것이고, 이러한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긍정적 요소의 하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어느누가 봐도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종교의 특수한 사정을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목사를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목사가 근로자가 아닌데 근로의 개념으로 근로소득세를 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하는(이억주, 칼빈대교수) 일각의 주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2) 형평성과 국민감정이 척도가 될 수 있는가?

일부 교회들이 대형화되면서 목회자들의 고액 사례비와 사치스러운 생활이 일부 보도되었다. 국민들이 이러한 보도를 보면서 저렇게 많은 사례비를 받으면서 모든 국민이 내는 세금을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납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국민적 반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 반감은 분명 근거가 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종교계 역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부분이기도하다. 그래서 교회의 자정에 의하여 투명성을 높이고자 애쓰는 교회도 있고 일부 대형 교회는 이미 자진해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고 반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은 비리나 부패의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단순한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조세는 ‘조세 법정주의’라는 원칙 하에서 사회적 합의와 절차와 입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또한 법률의 제정 역시 그 사회가 오랫동안 가져온 관습과 그 관습을 가능케 했던 문화적 요소의 합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전통적으로 국가가 종교세를 거두어 교회에서 봉사하는 목회자에게 일정 수준의 대우를 하고 있다. 즉 목회자는 국가의 준공무원에 대응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유럽의 재정 위기 속에도 이 제도를 쉽게 없애지 못할뿐이다. 오히려 대안마련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종교인 납세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시각의 접근이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전한 종교 및 그 활동이 한 나라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3) 과세의 실효성이 있는가?

현재 개신교의 경우 80%가 근로소득세 최하점에 해당한다는 것이 모든 연구 기관이 내 놓은 통계치이다. 즉 현재 이 사명에 헌신하는 80% 이상의 목사들이 우리나라 법적체계에서는 과세를 해서는 안 되는 최하위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초생활대상자 또는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목회자가 상당한 %를 차지하고 있어 만약 과세가 의무화된면 이들에 대하여 정부가 지원해야 할 재정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과 관계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김억주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찬반 토론(2012. 7. 5일)에서 우리나라 목회자 약 12만 명 중 절반 정도는 빈민에 속하고 4만여명은 남들의 도움으로 겨우 면할 정도이며, 약 2만명 정도만이 세금을 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력이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한국교회발전연구원 사무국장 황필규 목사 역시 "자발적으로 이미 목회자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교회가 수백 곳은 될 것"이라며 "서울·분당·일산 등 수도권에 대형 교회들이 몰려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십 명 규모의 자립조차 불가능한 교회가 8할 이상인 것으로 추산 된다"고 했다.

한편, 천주교의 경우 '성무 활동비' 항목으로 4700여명 수준인 교구·수도회 사제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한다. 각 교구가 법인으로 등록돼 있어, 교구별 급여 체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금은 이미 모두 원천 징수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서울대교구 등 대형 교구의 서품 10년차 사제를 기준으로 월평균 140만원 정도의 성무 활동비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의 경우,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복지시설 등의 관장이나 소임을 맡은 경우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세금을 낼 만한 수준의 소득이 있는 스님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선방이나 강원에 있는 스님들의 경우에는 기본적 생필품 구입비 지원 외에 특별히 급여라고 할 것도 없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세수 증대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늘어날 부분은 미약하고 지출해야 할 부분만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맺음 글

지난 날 한국 사회가 극도의 혼란과 가난에 처했을 때 교회와 목회자들이 선교활동을 하며 가난한 자를 돌보며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음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성장을 하면서 일부 교회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오늘의 현실 역시 일정 부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인의 활동을 과세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과세의 찬반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종교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보다 근원적인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혼란했던 시기에 이 땅에 기독교를 전파하고 교육 진흥에 힘쓰며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 했던 초대 한국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 독재 시절에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투쟁한 교회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의 개선을 위해 헌신했던 수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헌신 등 이러한 기독교의 발자국은 우리 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참 의미 있는 가치였다고 할 것이며, 존중해야 할 가치로 계속 남아있어야 결국 종교가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최후의 버팀목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종교인의 납세의 문제가 다뤄지는 게 온당하며 여기에서 더 의미있는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함에 따라 생각과 제도도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따라서 교회의 모습과 역할에 대한 기대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종교인들의 납세 문제 역시 이 변화의 한 과정 속에 있다.

종교인 납세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단순한 대응을 넘어 교회 내의 자정과 자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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