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의 향배
‘야마’의 향배
  • 김현석
  • 승인 2013.03.03 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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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는 언제나 편견이 스며든다

[발행인 칼럼]      기자들에게 ‘야마’란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말한다. 야마를 잘 잡아야 산뜻하게 읽히는 기사가 되며 이런 기사를 잘 쓰는 기자야말로 ‘뭘 좀 아는 기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보통 기사의 야마(주제)는 취재현장의 ‘팩트(사실)’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인터뷰한 내용, 조사 검토한 텍스트... 이런 것들이 모여 팩트를 이루고 야마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보도된 기사 중에는 그 야마의 배경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심심치 않게 발견돼 같은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작년 10월22일 시 공무원 횡령 사건으로 시장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었는데, 이 때 일부 언론의 기사에서는 전체적인 기자회견의 ‘야마’를 보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야마의 각도가 팩트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당시 현장의 명백한 팩트는 시장이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 근본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였고, 이 과정에서 시장은 ‘꿈’ 이야기를 잠시 소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일부 기사에서는 회견장에서 거론된 꿈 이야기만을 부각시키고 이를 비판하기에만 급급했다.

시 공무원 횡령사건의 팩트는 분명했다. 먼저, 시 회계부서 담당자들의 업무 책임이 제일 컸고, 다음으로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의 정치적 책임도 있을 것이고, 또한 시 회계감사를 집중적으로 벌여왔지만 부정을 적발해 내지 못한 시의회의 무능도 간과할 수는 없으며, 마지막으로 도감사, 감사원 감사 때의 담당자들의 책임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기사의 야마라면 이런 전반적인 문제들을 두루 지적하는 동시에 시가 제시한 대책마련의 실효성을 조명해 보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당시 보도된 기사 대부분은 위의 맥락은 도외시 한 채 시장 개인의 책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것은 기사의 야마를 취재기자 윗선에서 쥐고 틀었지 않나하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안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기자 개인의 편견이 기사에 스며들었다고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됐다.

필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몇 시의원들은 우리 기사가 시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많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의회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언론사가 더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반박하기도 했고, 언론의 영향력은 매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자 개인의 역량과 인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농 쳐 답하기도 했다.

한 중견 공무원도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되는 언론의 관행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론의 입장도 난처하다. 현재 전국 뉴스 채널의 95%이상이 똑같은 내용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리포팅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가장 잘 아는 담당 공무원이 쓴 보도자료이기에 그 이상을 뛰어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속보 경쟁에 놓여있다. 보도자료를 기자 개인의 사견으로 주무르지 않는 한 그대로 내 보내는 게 독자를 위한 상책이라고 데스크는 생각하고 있다.

다만, 보도자료이든 취재 기사이든 간에 ‘야마의 향배’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언론에 부여된 ‘비판적 기능’은 팩트를 기초로 한 객관적인 비판에서 나와야 용인되는 특권이다. 무조건 ‘까고 보자는 식’의 자세는 언론이 지양해야 할 가장 나쁜 습성 중 하나이다.

가까운 기자들에 따르면, 어떤 기사거리를 접하게 될 때, 가끔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어떤 감정들을 느낀다는 것이다. 울분, 분노, 정의감 같은... . 이럴 때는 “감정이 시키는 대로 기사가 가차 없이 술술 나오더라는 것”. 덧붙여 “하지만 더 좋은 기사는 팩트가 명료해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차분히 써내려간 기사였다”고 말하며 웃는다.

팩트는 언제나 진실이건만 기사의 야마는 색깔을 입는다. 야마를 누가 잡느냐, 기사에 기자의 편견이 얼마만큼 스며드느냐! 바로 이것이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되는 것이다. 하나 더! 언론 기사의 '야마'에 영향을 미치려는 자는 지금이라도 당장 그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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