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학교 시험 문제,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만으로 출제해야"
"현 학교 시험 문제,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만으로 출제해야"
  • 심재민
  • 승인 2018.07.20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교육 의존 심화시키는 학교 중간, 기말 고사
심재민 어학원 원장
심재민 어학원 원장

필요악이라고 일컬어지는 사교육, 그것이 나의 생업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어린 고향 후배들이 더 낫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며칠전 한 학생과 학원 입학 상담을 했다. 학원을 다니는 것도, 학원을 옮기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괴짜 학원장인 나는 그에게 왜 우리 학원에 오려고 하는지 심문했다. 처음에는 장난기 웃음이 섞여 있었던 목소리가 금새 심각해지더니, 결국 울먹이기까지 했다.

얘기인즉슨, 이 학생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이 숙제가 너무 많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부모님께 이러한 사정을 얘기했단고 한다. 나는 이런 상담을 할 때는 감상적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학생이 이렇게 학원에 들어왔다가는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 일쑤이고 놀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은 학생 수가 적어 널널하지만, 그래도 학원은 학원이다는 평소 생각으로 이 학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내내 차츰 이 학생이 매우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학생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나 기대와는 다르게 학업 성취가 더디기만 했고 심경도 매우 힘들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그의 눈에는 눈물이 베어 나온다. 나는 이 학생의 말에서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열심히는 하지만 학업 성취가 여전히 정체된 것 같아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은 비단 이 학생만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럴 것이다. 학원 숙제를 할 때 해답을 바로 보거나, 또 친구 것을 보고 베껴 온다거나 해서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공부를 너무 싫어하는 학생들도 문제다. 사실 숙제가 너무 많아서 베끼기에 급급한 정도라면 이 학생들에게 학습 진도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위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학부모들에게는 그럴듯하게 어필될진 몰라도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불행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행복할 때, 결국 우리모두가 행복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굳이 스파르타식 학원 경영을 통해 학습 진도를 내는 것, 그래서 학생들이 숙제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교습 행태를 반복해야한 할까?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학위권 학생들에게는 공부 자체가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들이 스스로 교과 학습을 받아들일 때까지 인내하며 계속 가르치는 게 가장 학습효과를 크게 발휘하는 방법이 아닐까. 학원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다고 해서 학습효과가 크게 나는 건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학습 의욕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는 여러 과목을 수강하느라 빡빡한 일정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여러 학원을 전전해 가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꼭 그래야 하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은 내 말문을 막히게 한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것과 시험에 출제되는 것이 너무나 달라서요란다.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는 재미있는 얘길를 해주시는데, 정작 시험에는 한 번 훑듯 읽고 지나갔던 내용이 세세하게 출제된다고 한다. 그러니 학원에서 따로 배우지 않으면 성적도 떨어지겠거니와, 그 과목의 기초가 흔들린다고 한다.

문제는 왜 학교 교사들이 수업시간과 다른 내용을 시험에 내는지다. 설마, 이 불경기에 학원생들을 늘려 주기 위한 경제학적 배려가 아닐까?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내 전공인 영어과목에서도 그런 면들이 있다. 학교에서는 부교재를 구입하게 하고 여기서 시험문제가 출제되는데, 정작 수업 시간에는 그냥 읽고 지나간다. 그렇다면 학교 시험 문제도 수업내용에 기초해서 그 수준에 맞게 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간, 기말 시험문제들을 보면 황당하기가 그지 없다. 출제 무제는 거의 선생님급으로 문장 하나 하나를 이해할 수 있어야만이 풀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이 출제된다. 사교육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수준의 문제다. “이토록 학교에서 학원을 후원해 주시니 감사하긴 한데, 과목당 30만원, 35만원 하는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하나?”는 생각이 든다.

3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구여수권 학교로 배정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여수권 학교에 등학교 시간에 가보면 끝없이 이어진 승용차, 버스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이렇게나 많은 통학차량들이 왜 필요할까? 이는 학생들 상당수가 여천지역에서 통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통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힘들어서, 보통은 유료 승합차를 이용한다. 비용은 약 월 15만원. 일반 버스의 세 배 정도다. 여천지역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아침에 7시가 훨씬 넘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다고 한다.

반면 통학버스를 타야하는 학생들은 같은 시간에 이미 차 안에 몸을 싣고 있다. 밤에 학원 끝나고 열두 시에 와서 정리하고 한 시에 자고, 여섯 시에 일어나서 통학버스 탈 준비를 해야한다. 여천지역에 살면서 구여수권으로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러한 고통은 이미 수년에 걸쳐서 이어져 왔지만, 학교, 교육지원청, 시청의 어른들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서울대에 진학한 대부분의 학생이 걸어서 15분 거리 이내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면 시간은 최소 6시간 이상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우리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낮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문제를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신임 전남 교육감에게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돌이켜 보면 전남 교육감이 여수, 그것도 구도심권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수면권, 학습권, 통학비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선거가 이미 끝난 판에 말이다. 결국은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사교육, 공교육, 지자체 종사자들도, 모두가 다 학부모들이자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구성원들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제도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학교 시험만큼은 수업시간에서 선생님이 충실히 다룬 내용만으로 출제되는 게 어떨까 싶다. 그래야  학생, 학부모 모두가 시험 결과에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 심재민 어학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