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묻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 정태균 연구부장
  • 승인 2011.07.1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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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길, 여수

                                                       길을 위한 배려

 길은 삶의 여적(旅迹)이다. 길 위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된다. 삶의 공간을 낯선 방문자에게 기꺼이 내어 주는 일 또한 새로운 만남을 통해 여정(旅情)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내 것이 아니고 우리의 것이기에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의 연장을 위한 길을 생각한다.
 

금오도 비렁길도 섬사람들의 오래된 삶의 여적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섬을 떠난 이들로 인해 발걸음이 멈춰지고 난 후 마을과 사람을 잇는 끈이 잠시 단절되었다가 최근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모처럼 활기를 찾아가는 길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풀어본다.

금오도 비렁길을 만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본다. 놀라운 풍광에 극찬이 이어지는 다녀간 이들의 블로그와 카페,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는 뉴스보도와 나름 최고의 작품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즐비하다. 가는 방법과 주변 관광지나 숙소, 먹거리 등을 묻는 질문들도 쏟아진다. 과히 길이 대세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길에 미치게 하는가? 언제부터인지 도보여행의 향수는 여행객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많은 이들로 하여금 길 위의 만남을 위해 배낭을 꾸리게 만들었다. 스폐인의 산티아고나 영국과 미국의 National Trail, 일본의 장거리 자연보도 등 선진국형 도보중심의 여행패턴의 전이(轉移)나 제주올레 열풍,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관광을 외치는 국가적 차원의 사업 등 설명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존의 여행형태가 관광매력물과 관광객 편의시설을 특정한 지역에 집중시키는 형태가 주류였다면 도보여행은 탐방로를 중심으로 문화․역사자원과 자연․생태자원을 체험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하면서 지역주민의 이익과 탐방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형태가 다수다.

다양한 이유들로 인한 여행 트렌드(trend)의 변화는 남쪽바다 여수에도 밀려 왔고, 이러한 속도에 떠밀려 금오도 비렁길이 생겨났다. 연도교와 해안일주도로, 대규모 리조트시설 대신에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마을 사이의 벼랑을 연결하는 비렁길을 만들고 돌담사이 비어 있는 집들을 어촌체험숙소로 만들자는 김병호(여수지역사회연구소) 매영문화연구센터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비렁길의 탄생은 예상보다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높바람이 매서운 한겨울에 열렸지만 길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해안 비경에 감탄하고, 개미(맛깔스럽다는 뜻의 여수 지역어)나는 음식에 만족하고, 섬사람들의 그리움 담은 미소에 감동했다.

길은 삶을 변화시켰다. 물때에 맞춰졌던 시계는 외지로부터 온 방문객에게로 돌려졌고,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낯선 사람들의 흔적은 반가움의 향기보다 서운함의 냄새로 베어난다.

아직은 괜찮다. 사람이 반가운 사람들이기에 아직은 괜찮다. 그 괜찮음이 길을 통해 이어진 인연에 대한 오랜 그리움이 되어 다시 섬사람들의 사람의 여적이 뭍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어메니티(Amenity, 기분좋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금 다시 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정태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연구부장. jtk11@naver.com)

  (편집자 주 =>  이 글을 기고한 정태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연구부장은 다년간 '주변 섬과 섬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앞으로 여수 도서지역의 길 소개, 섬의 역사와 문화, 섬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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