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때문에 수시를 포기하다니?
내신때문에 수시를 포기하다니?
  • 교육전문기자 장용호
  • 승인 2011.07.1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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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의 불리함이 수시모집의 불리함만은 아니다.

제발!!! ‘내신 때문에 수시 포기한다’는 말좀 하지 마라!

 학생독자 여러분, 비유적으로 얘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스포츠에서 시력이 중요한가요?라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해야 가장 옳은 답변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그때그때 달라요’가 정답이겠지요. 예를 들어, 사격이나 양궁 같은 경우는 시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역도 같은 경우는 시력이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요.

 이 글의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비유에서처럼 수시도 (스포츠처럼) 다양한 전형이 있기 때문에 내신이 결정적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이 있고 거의 무시되다시피하는 전형도 아주 많습니다.그러니 내신이 훌륭한 성적이라면 내신 반영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수시 전형에 지원하면 되고, 내신이 부끄러운 성적이라면 내신 반영 비율이 거의 없는 수시전형에 지원하면 됩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서울대의 경우에 수시 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 이렇게 두가지 전형의 모집방식이 있습니다. 서울대는 다른 모든 대학을 통틀어서 가장 학생부 교과성적 (소위 ‘내신성적’)이 가장 반영이 많이 되는 학교입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우선 지원자격이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자’이고 학교별 추천 인원이 2명 이내로 한정되어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과 전교1등, 이과 전교1등 이렇게 추천을 받습니다. (이과에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리는 학교는 이과1.2등 두명을 추천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전형에서는 일단 내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신만’ 중요한게 아니라 ‘서류평가와 면접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합니다. 서류평가에는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각종 증빙서류 등을 평가하는데 지원자의 학업 능력,학내외 활동,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 지적호기심, 적극적인 사고력,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 교육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서울대 수시모집 안내자료 참고) 그러니 내신이 중요하지만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다른 대학에 비하면 너무도 중요한 편이긴 합니다.

지역균형선발전형(710명)보다 400여명이나 더 뽑는 특기자전형(1173명)에서는 내신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특기자전형에서는 ‘학업능력이 우수하고 지원학과에 재능과 열정을 보인 자’를 선발한다고 합니다. 1단계에서 서류 평가로 1.5배수~3배수 정도 선발합니다.

여기서 내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다른 서류들과 함께 평가되기에 절대적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2단계 전형에서는 서류 100, 면접 100 으로 심층면접의 비중이 엄청납니다. 서류 평가는 어느 정도의 기본점수라도 있지만 심층면접은 면접관과 장시간 면접을 보면서 학생의 잠재력이 바닥까지 평가받게 됨으로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내신이 아니라 심층면접입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선발하기 때문에 전과목 내신 성적을 모두 중요하게 반영하는 교육대학을 제외하고는 가장 내신을 중요하게 보는 서울대학교 마저도 내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시 전형은 지역균형선발전형 정도입니다. 내신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심층면접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특기자전형은 주의깊게 염두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부족한 내신을 역전시킬 수 있는 특기를 가지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말입니다.

 이제 연세대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연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중 진리.자유전형에서만 내신이 중요합니다. 서류 평가에서 3배수를 선발하는데 여기서 내신이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1.3등급 정도의 성적대가 합격권일 정도로 내신이 비중이 높습니다. 그 대신 2단계에서 면접으로 뽑는 인원이 일정부분 존재하기 때문에 약간의 변수가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연세대학교는 전체 모집인원 중 500명을 뽑는 진리.자유 전형에서만 내신이 중요하고 나머지 전형에서는 논술이라든가 다른 수험생과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는 특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고려대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려대학교도 서울대학교의 지역균형선발전형처럼 학교장추천전형이 있습니다. 학교장추천전형은 학교별 문과1명, 이과1명을 추천받습니다. 여기서 추천의 기준은 내신성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추천을 받는 것은 내신성적이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서류(60%)와 면접(40%)입니다. 600명 내외의 인원이 모집인원인데 훨씬 많은 인원(1380여멍)을 뽑는 일반전형은 거의 변별력은 논술에서 결정납니다. 내신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안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얼마나 비중이 없을까요? 연세대와 고려대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반영하는데 연세대의 예를 들겠습니다. 공식발표는 학교측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수시 모집에 지원해서 합격한 학생의 증언을 토대로 간접적으로 추측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평균 내신 5등급인데 연세대 수시 모집에서 1000점 만점에 약 0.5점 감점된 듯”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그러므로 수시 모집에서 내신의 비중이 개미 허리 정도의 반영밖에 안되는 전형도 너무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논술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는 전형이 수시 모집에 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비중이 높은데 여기서도 내신성적인 존재감이 너무 없습니다. 여기서는 대학교측의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공식발표 자료를 언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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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어) 2010년 04월 29일 -- ‘6등급까지는 학생부(내신)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수시 2차에선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

 한양대 수시 2차 합격 열쇠는 논술에 달려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오성근 한양대 서울캠퍼스 입학처장은 논술이 사실상 합격과 불합격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오 처장은 “일반우수자 우선선발전형은 학생부 20%, 논술 80%를 반영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부 ‘20%’를 ‘2%’로, 논술 ‘80%’를 ‘98%’로 바꿔서 생각하라”면서 내신이 6등급 이내에만 든다면 논술로 역전하여 얼마든지 합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또 “일반우수자 일반선발전형에서도 학생부 40%, 논술 60%이지만 실제로는 학생부 4%, 논술 96%를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내신 9등급은 곤란하겠지만 6등급 이내라면 학생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논술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성근 입학처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2010학년도 수시 2차 모집에서 내신 성적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논술로 역전하여 합격한 사례를 공개했다.

 ◆ 공개 사례①=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부

 ▲ 합격=국어 2.87등급 / 수학 3.58등급 / 영어 4.93등급 / 사회 4.8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낮지만 논술로 역전하여 합격)

 ▼ 불합격=국어 1등급 / 수학 1.21등급 / 영어 1등급 / 사회 1.16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높지만 논술에서 역전당하여 불합격)

 ◆ 공개 사례②=경영대학 경영학부

 ▲ 합격=국어 5.60등급 / 수학 5.65등급 / 영어 3.88등급 / 사회 4.5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낮지만 논술로 역전하여 합격)

 ▼ 불합격=국어 1.13등급 / 수학 1등급 / 영어 1.13등급 / 사회 1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높지만 논술에서 역전당하여 불합격)

 ◆ 공개 사례③=공과대학 응용화공생명공학부

 ▲ 합격=국어 4.08등급 / 수학 3.62등급 / 영어 4.15등급 / 과학 3.07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낮지만 논술로 역전하여 합격)

 ▼ 불합격=국어 1.09등급 / 수학 1등급 / 영어 1.28등급 / 과학 1.06등급(학생부 교과평균이 높지만 논술에서 역전당하여 불합격)

 다음은 한양대 입시 자료집 발췌.

 “서울캠퍼스 수시 2차 전형은 대부분 논술고사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했다. 2010학년도 결과를 보면 학생부 20%+논술 80%로 선발한 우선선발에서 뿐만 아니라 학생부 40%+논술 60%로 선발한 일반선발의 경우에도 논술 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응용화공생명공학부의 경우 8명의 우선선발 합격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8명 선발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합격권에 드는 학생 모두(100%)가 논술고사 성적에 의해 순위가 뒤바뀌었다.

 사회과학부 역시 33명의 우선선발 합격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32명 선발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합격권에 드는 학생 1명을 제외한 31명(97%)이 논술고사 성적에 의해 당락이 뒤바뀌었다. 경영학부는 32명 중 4명을 제외한 28명(86%)이 논술고사 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

위 기사의 요지는 내신의 불리함은 수시 모집에서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함을 알려주는데 있습니다. 수시에 지원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준이 현재의 내신점수가 되어서는 안되며 본인의 논술 대비 정도에 따라 결정해야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가 한양대만의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 인기대학 수시 전형의 일반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겠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면 ‘학교생활충실형’과 ‘(대학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인 학교생활충실형은 상대적으로 내신의 비중이 높고 후자인 창의적 인재형은 상대적으로 내신의 비중이 낮습니다. 그러므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내신이 아주 높아야만 지원한다거나 하는 유언비어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대학교 관계자의 인터뷰를 참고했을 때 이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입학처장의 인터뷰 기사에 보면 ‘합격생 내신 등급이 1등급에서 4등급까지 다양하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내신의 불리함을 뛰어넘는 장점이 있다면 언제든 합격의 문이 열리는 전형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인 것입니다.

 간단한 결론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언제까지 내신 성적으로 모든 수시 지원 여부를 가리려고 하는 어이없는 행태가 계속될지, 정보력이 빠른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데 그 외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한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수시 모집에서 중요한 것은 내신 뿐만이 아닙니다. 면접이 훨씬 중요한 전형이 있고 논술이 당락을 결정해버리는 전형도 내신으로 뽑는 전형보다 너무도 많은 인원을 뽑고 있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내신보다 다른 잠재력을 보는 대학이 아주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곧 다가올 수시 지원 전략을 수립하길 기원합니다.   

(장용호 교육전문기자는 '너는 학원가니, 나는 대학간다'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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