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11월 관내 학교와 교육지원청을 순회하며 현장 목소리 청취에 나섰다. 지역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선출된 첫 민선 교육감인 만큼 그의 교육철학과 추진력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11월 10일 여수 무선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는 학부모들로부터 끊임없는 질문공세를 받아야 했다. 이날 행사 공식 명칭은 ‘교육현장의 목소리 청취를 위한 교육감과 학부모 간담회’. 참석 요청을 받은 이들 대부분은 학교 운영위원이자 학부모였다.
ㅈ여중 운영위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학부모(여)는 매년 300명 정도 외지 고교로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교육감의 획기적 대책을 주문했고, ㅂ여고 운영위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학부모(남)도 농어촌특례입학에 해당되는 고교들의 무분별한 학생 유인작태를 열거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학교들은 위장전입 요령까지도 소개하며 학생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날 학부모들은 교육감으로부터 어떤 만족할 만한 답변도 들을 수가 없었다.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방안을 강구중입니다’라는 말만 받을 뿐이었다. 참석한 학부모들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전남도교육청의 정책을 듣고 싶어 했지만 그건 교육감의 능력을 넘어선 한국사회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감은 현실인식의 괴리를 드러내고 말았다.
한 학부모는“교육감이 자신은 학원에 다니지도 않고 공부했다고 하는데요, 그게 지금의 시대와 맞는 말입니까? 그때는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의 시대도 아니었고 또 전국에 입시관련 학원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주도적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고 했는데요, 그런 학생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자기주도적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학원에 의존을 하는데요”
학원을 운영한다는 한 운영위원은“교육감의 말은 지금 여기 있는 분들한테 씨도 먹히지 않는 말입니다. 학원이 불안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게 된다는 그런 말은 학원인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입니다. 우리는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고 실력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더 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셋이나 키우고 있는 학부모도“교육감 자신의 자녀도 명문고, 명문대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왜 그랬겠습니까? 한국사회에선 이것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해서겠죠. 항간엔 교육감이 전교조 측근들의 조언을 듣는다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엔 전교조 출신 교사들도 학원이나 과외는 다 시키고 있습니다. 교육감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좀 더 솔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많이 오버했네요”
장만채 교육감은 평소 전남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다고 밝혀왔고, 소기의 성과도 올리고 있다. ‘무지개학교’추진도 원활히 진행중이고, 초등교사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으며, 도서 벽지 학생들과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예산을 집중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해 왔다. 이런 교육감의 생각을 들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체로 수긍하고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교육에 소외가 없게 하겠다는 교육감의 진정성엔 충분히 공감이 갔으나, 시 단위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은 오히려 현실인식의 괴리만을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교육감은 교습시간 조례개정안 추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남도 서울처럼 교습시간이 밤10시로 제한되면 어떻게 될까? 전남 모든 학부모들이 10시 이후에 어떤 교습형태도 받지 않게 될까? 과외의 효과를 믿고 있는 서울학부모들은 10시 이후라도 자녀의 학습성취를 위해서라면 어떤 비싼 과외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 전남 학생들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 될 것이다. 물론 형편이 되는 학부모는 서울 학부모들처럼 하겠지만 말이다. 바야흐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더 열심히, 효율적으로 하는 학생이 있다면 등수에서 밀리게 된다. 남은 하는데, 나는 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남교육이 인재육성에 관심이 있다면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도 진정성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감만 진정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자녀를 향한 학부모들의 요구도 진정성이 충분한 것이다. 획기적인 대책이라도 없다면, 적어도 고춧가루 뿌리는 발언만큼은 삼가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식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이다. 그러면 이 자식이 대학가는 문제라면? 절박할 수 밖에 없다. 학부모의 선택을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누가!
깊게 생각하지못한 교육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