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쓰기'가 아니라 '읽기'다
논술은 '쓰기'가 아니라 '읽기'다
  • 편집기자 장용호
  • 승인 2010.11.20 0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술 이야기 두번째

 먼저 논술에서 '제시문이 어렵고 그래서 독해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요?

 모든 문제는 그것이 수능문제이든 논술문제이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정답(혹은 우수답안) 작성의 첫걸음입니다. 특히 논술(인문논술)은 제시문의 '대립되는 관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이 가능해야만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예를 들면, 제시문의 관점에 따라...같은 요구사항)을 지킬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라든지 독일의 아비투어 같은 전통적인 논술과 한국의 논술 시험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바칼로레아나 아비투어는 정답이 없는 시험이고 우리 논술 시험은 일부 문항이지만 정답이 있는 시험입니다. 아마도 '객관적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논술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제시문을 근거로'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논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제시문의 이해능력(독해능력)'과 '이해한 것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추론능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고려대학교 논술 출제진이 발표한 자료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다른 대학들의 발표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표가 있습니다.)

 "단순한 암기나 기계적인 연습에 의존하지 않고 평상시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독서하고 논리적,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을 가진 수험생들만이 모든 제시문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모든 논제의 요구에 부합하는 논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제자들이 수험생들의 답안에서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복잡한 제시문들을 정확하게 읽고 그 논지를 파악하며 전체적으로 중요한 요점을 지적해 내는 것, 그리고 제시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여 논제에서 요구하는 지침에 부합하는 내용을 주어진 분량 속에 적절하게 논술해내는 것이다."(논술 교육 길라잡이 58쪽에서 발췌)

 요약하자면 "폭넓은 독서-->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제시문 정확한 이해-->논제요구에 충실한 답안-->고득점" 이렇게 정리되겠습니다. 논술 출제자인 교수님들께서 논술 잘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했습니다. 논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할 일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폭넓은 독서' 또하나는 '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입니다.

 논술 뿐만 아니라 수능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이해'와 '추론'이 중심입니다. 수능출제 메뉴얼에 보면 "문제가 묻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그것을 위한 추론과정'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묻는 것이 수능의 출제방침입니다. 다만 논술과 수능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논술은 수능과 달리, 추론과정 전체가 문제이면서,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부담까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논술에서 8할이 독해력입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제시문 분석이 되지 않은 채 답안 작성하는 비율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논술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있다면 '제시문 독해' 뿐만 아니라 위에서 거론한 '추론능력'이라든지 '비판적 사고력'이라든지 하는 고급 능력을 갖춰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논술 학습 환경이 엉망인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독해력만 갖추고 있어도 합격권에 들 정도의 답안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학습해야할까요? 논술은 아직까지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과정 중심의 학습'을 요구하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충실하게 문제를 출제하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논술스럽게 문제를 계속 출제하고 채점한다면 사교육을 통해서는 논술을 잘할 수 없습니다. 물론 기본기를 닦을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출제교수님께서 언급하신 '폭넓은 독서와 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훌륭한 논술 선생님을 만난다 하더라도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논술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해야하는 것입니다. 첨삭이 필요할 때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정도입니다. 논술을 스스로 학습해나가면서 어느 정도 독서도 되었고 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도 형성되었을 때 논술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학생이 논술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논술이 중요하다고 해서 학원부터 찾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정말 독서도 하지 않고 무언가 분석하려고 하지 않고 암기나 하려고 한다면 논술로 대학가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대충 하는 것보다 '수능 올인' 혹은 '내신과 수능 대비 철저'가 더 적합한 입학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첫번글(논술 모독죄)에서 언급했듯 논술로 대학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공부할 때라야 가능한데 논술은 스스로 많은 것을 해야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학원에 보내기가 쉽지 않은 시골의 우수학생이 더 좋은 논술 답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방학 때 논술 학원 보내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 버리시고 논술의 기본인 폭넓은 독서와 분석하고 사고하는 습관 형성에 힘쓰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여수시 여서동6길 17-9 1층
  • 대표전화 : (061)653-2037
  • 팩스 : (061)653-20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혜미
  • 법인명 : 인터넷뉴스 YSEN
  • 제호 :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전남 아 00308
  • 등록일 : 2018-06-12
  • 발행일 : 2018-06-29
  • 발행인 : 김혜미
  • 편집인 : 김혜미
  •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듀저널•여수인터넷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journal@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