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안의 파시즘
우리안의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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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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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건 단지 폭력일뿐

파시즘은 자신들의 생각(정책)만이 제일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신봉하는 사상이다. 정치적으로는 급진적, 민족주의적 이념을 갖고 있으며, 개인보다는 국가, 인종, 민족을 우선시 여기고, 자유주의·합리주의·개인주의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특이하게도 공산주의의 엄격한 통제를 반대하기도 한다.

한국은 파시즘 사회

우리사회는 ‘파시즘 사회’이다. ‘우리들만의 리그’를 지향하는 모임들이 본능적으로 결성된다. 지연이든 학연이든 어느 한 곳에 속해야만 마음이 놓인다. 어딜 가나 향우회, 초·중·고 동문회등이 ‘조직’처럼 존재하고 이런 연줄과는 별개로 요일 이름을 딴 ‘0요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조직들이 갖고 있는 공동된 특징은 각각 ‘국민교육헌장’ 같은 잘 만든 회칙들이 있다는 것. 이 회칙들은 조직의 논리를 체계적으로 웅변하고 있으며 수사 또한 장엄하다. 회원의 의무와 권리는 물론 ‘회’의 지속성을 위해 회원들이 해야 할 지침들이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때로는 조직의 정당성과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무리수 두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금지옥엽인 것은 당연지사. 아무리 합리적인 방안이라도 위계질서를 거슬러 올라갈 순 없고, 개인주의나 자유주의적 행동은 금기의 대상이다. 타조직과 선명성을 다퉈야 하므로 개인의 논리가 조직의 논리에 결코 우선할 수가 없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란 책에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마어마한 일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고 있다. 힘센 조직엔 불가능은 없었다. 대한민국 사회에 살면서 조직과 인맥이 있는 주류에 속해 있다면 그 개인은 이미 인생의 반을 쉽고 편하게 가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일상화된 파시즘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파시즘은 만족만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도 주는 것이다.

파시즘의 시작은 학교

학교에서 선생님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학교에서 인권을 구하는 건 사치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학교에서부터 신체적 체벌과 정신적 고문을 숙명처럼 받으며 살아 와서 어지간해선 문제에 대한 의의제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학교 교사들은 그렇게 폭력에 의지해가면서까지 권위를 누리고자 했을까. 그들도 한때는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획일화된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비교육적 행태에 다름아니다는 것을 교사들 대부분은 알고 있을 것인데...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는 교사와 학생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사간에도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진보인가

진보적인 학자로 알려진 서울대 조국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식 진로에 관해서는 자신은 진보가 될 수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진보’라는 개념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인사로 자천, 타천 거론되는 인사들은 가끔씩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자기 자식은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은연중 강조한다. 마치 이것이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보의 선명성을 더 부각시키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학습 선택권 가로막는 파시즘

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도 ‘파시즘’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교사들이 있다. 담임을 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 모든 학원을 끊어라’고 말한다. 참으로 호기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말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씨알이라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어느 누구도 학생, 학부모의 학습 선택권에 끼어들 수 없다. 이는 오만불손한 파시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수교육지원청은 수년째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그 방식 또한 파시즘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3 담임교사들은 타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의 결심을 되돌리려고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으며 지역 학원들에게도 이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요즘 학부모들의 학습 선택 결정은 일선 교사나 교육지원청에 의해 영향 받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보와 경험으로 신중히 결정한 것이다. 여론조사는 오히려 타 지역 고교 전출의 결정적 요인이 이 지역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에 있음을 거듭 말해주고 있다.

우리 안의 파시즘

이 지역 사회에서도 파시시트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언제나 논의를 독점하려 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세력을 얻으려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예의 바르고 친화적이다. 평범한 이웃의 리더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파시즘’은 일상화 되어 있다.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끌어가고 있어 가끔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필자 또한 파시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거의 대부분에 해당된다. 그동안 단체나 모임을 이끌어 오면서 부득불 전사같은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내 안의 파시즘’이 여기에 있었다. 때마다 성찰해 볼 일임을 명심하고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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