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음보다 강한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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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0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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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와 원동력은 극한의 상황에서 나와

1971년 박경리는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받았다. 한국 문학의 대서사‘토지’연재를 시작한 지 두 해 되던 때였다.‘토지’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원동력은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력인 것 같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죽음 하나하나에도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묻어있고 그 묘사도 매우 정성스럽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요 소멸이다. 죽음을 맞는 당사자의 충격과 공포와 소회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지만 어찌 그게 가능 하겠는가. 그래서 죽음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산자들의 생각이 그들의 일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일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삶의 태도와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일상에서 놓쳤던 희로애락을 또렷이 부각시킨다. 죽음이야말로 삶을 이끄는 극한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대작 토지의 이야기 전개는 독자에게 그토록 드라마틱한 감동과 역동성을 느끼도록 하고 생명에 대한 인식도 깊게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을 겪거나 상상할 때, 새로운 삶의 변화가 가능하다. 어둠에서 빛이 나오고 무지에서 깨달음이 나오듯, 비로소 구원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이어지게 된다. 특히 고인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많을수록, 사랑을 듬뿍 받은 추억의 시간이 많을 수록 그 삶의 중심은 어디로든 움직여지게 될 것이다.

 최근 영면하신 박완서 선생은 일생 동안 여러 번 가족의 죽음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선생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었고 피를 토할 정도의 애통함이 더해졌다. 부모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이요, 자식의 죽음은 땅이 꺼지는 아픔이라 했다. 신앙심이 깊었던 선생이었지만 자식마저 앗아간 얄궂은 운명에 좌절하고 절규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선생은 이내 기도로 극복하셨고 새로운 것을 보기 시작하셨다. 선생이 보고 체험하신 일상의 신비한 것들은 선생만이 다 아실 것이다. 40대에 문단에 등단해서 왕성한 필력을 보이시며 다작해 내셨다. 작품마다 삶의 통찰력이 녹아있고 에너지도 충만하다. 우리는 박완서라는 한 작가의 인생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산자들의 선택을 엿볼 수가 있다.

 필자도 2월 4일 부친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췌장암이 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평소 몸 관리 철저하여 강건하셨던 아버지가‘암’에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끔찍하고 통탄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 고통의 절반이상을 차라리 내 몸에 얹어주길 기도했다. 신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자식들 앞에서 끝까지‘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내고자 애쓰셨다. 하지만 아버지의 다리는 심하게 떨리셨고, 호흡은 곤란했고 통증은 얼굴을 찌그러뜨렸다. 아버지와 우리는 필사적으로 서로의 눈을 맞추려고 애썼고 그러기를 12일 간 보낸 후 결국 이 세상을 등지셨다.

 졸지에 부모를 잃은 자식의 심정은 다 이럴 것이다. 실의와 연민으로 먹먹하고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자식에 대한 그 깊은 사랑이 사무치게 그립다. 1년간의 투병생활과 12일간의 호스피스 병동 생활은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리하게 했다.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먼저 자식들과 작별 인사 나누고자 애쓰셨던 아버지의 소원은 이뤄졌다. 그나마 이것이 필자에겐 한 가닥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호스피스 병동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환자와 가족들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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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8731 2011-02-18 05:11:01
삶 과 주검은 인위적으로 안되는것
이땅에 왔다가 언제인가 한번은 가는 순리
우리가 모르는시대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잃는 아픔은 누구나 같을것입니다
특히 부모 형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이런말이 있습니다
" 자식이 성장하여 효도하기까지 부모는 기다려 주지않는다"
김씨고아가된 저로서는 그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모든면에서 저보다 우위 이시지만 오늘 권면 한마디
어머님께 몇배로 정성을 다하면...

샤인 2011-02-14 20:36:25
반가운 인사보다 위로의 말을 먼저 전해야겠네요.
우연치고는 운명처럼 다시 뵈어서 반가웠는데,
그때 말씀하셨던 아버님과 이별하셨군요...
그리고 또 죄송해집니다. 회원가입할때까지 몰랐었습니다.
이 글을 이제야 보게 됩니다...
큰 아픔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먼저, 큰 아픔 잘 이겨내시고 다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멀리있지만 자주 찾아뵈며 안부 전하겠습니다.
두 분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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