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시대에 정의가 읽히는 이유
불의의 시대에 정의가 읽히는 이유
  • 장용호 편집기자
  • 승인 2010.09.28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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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오늘의 책 한권 = 장용호 편집기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올해 최고의 책은 무엇일까요? 우선 인터넷 서점 yes24가 선정한 상반기 최고의 책인 '삼성을 생각한다'가 강력한 후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도 '삼성을 생각한다' 못지않은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최장기 베스트셀러 흥행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4일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현재까지 40만부 이상 출고되었습니다.(인문학 서적이 1만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목록에 들어간다는데 40만부라니 대단하죠?)

 내일신문 2010.10.2자 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76.5%가 "우리사회는 불공정하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20대에선 92.6%가 불공정하다고 했구요. 20대의 답변에 저는 주목합니다. 왜나하면 2010년 7월 9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40만부 이상 팔려 초대형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주독자층이 20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서평의 제목을 '불의의 시대에 정의가 읽히는 이유'라고 정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를 불공정(불의)하다고 보았고 정의를 이야기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40만부나 팔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책 표지 상단에 커다랗게 부제를 이렇게 달아놓았네요.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 강의> 서울대만 해도 무조건 인정하고 보는 것이 우리들 성향인데 하물며하버드대라니? 그것도 그저 그런 강의도 아니고 '20년 연속 최고의 명 강의'였다니 누가 그 책을 사서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출판사의 이런 '하버드대 마케팅'도 책 출판 초반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8주 연속 (현재)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고 있는데 에는 마케팅 능력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다른 요인이 플러스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책 자체의 매력'과 '우리 사회의 현실' 이 두 가지입니다.

 우선 책 자체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어렵다는 '정치철학서'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고리타분한 이론의 나열과 설명에 그치는 평범한 책과는 다른 면이 이 책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 80가지 정도되는 풍부한 실제사례를 제시하고 독자에게 정의롭게 판단할 근거를 몇 가지 제시합니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잣대로 1)공리주의, 즉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관점과 2)자유주의적 관점, 그리고 3)미덕의 관점 이렇게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렇지만 저자가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계속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정의로는 것인지에 대해서 독자와 변증법적 체계 속에서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변증법적'이라는 것은 어떤 사례를 제시하고 특정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바로 이어서 반박 견해를 제시하고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 과연 독자에게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라며 어떤 결정이 올바른 지에 대해서 종합적인 판단을 요구합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해결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입니다.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니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 강의'니 뭐니 하는 권위에 눌려 저자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주눅 들어 강요되듯 받아들이는 것을 저자는 바라지 않습니다. 마치 실제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하고 의견 교환하면서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그의 강의 동영상의 모습을 지면에 가져온 듯한 느낌입니다.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권위자의 말에 의존하지 말고 독자 스스로의 생각으로 판단해보라는 것. 이것이 저자에게는 진정한 이 책의 저술 목적이고 독자에게는 올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분이라면 풍부한 사례를 가지고 혼자서 혹은 주위 동료들과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해보는 귀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보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많은 사례들의 공통점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딱히 완전무결한 해결 가능한 판단이 불가능한 그런 많은 딜레마 상황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과연 ‘어떻게 해야 정의롭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 독자들에게 고민해보고 토론해보라고 하고 저자 본인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습니다.

 책에서 제시한 사례나 이야기들은 정의를 설명하는 서로 대립되는 해석(competing accounts)들이자 정의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사례들이다. 그 사례들은 보통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s)에 관한 것이다. 그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이 책의 목적은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철학자들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데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또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중략)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단지 과거를 살았던 위대한 철학자들을 불러내 가능한 여러 가지의 답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그 문제들에 부딪치게(challenge) 했다.(출처 : 매일경제 2010.8.17)

 이 책이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첫 번째 이유, 즉 '책 자체의 매력'에 대해서는 이제 정리해야겠습니다. 요컨대 이 책은 저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정의에 대해서 고민하게 했고 토론하도록 유도했으며 그것이 철학자의 몫이 아니라 우리 일반 시민들의 몫임을 밝혀준 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두 번째 이유 '우리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연합뉴스 2010.7.9 기사에 보면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부도덕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체 독자 중 20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데 대해서는 "20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세대"라면서 "대학을 나오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사회에 진입조차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화두가 되는 것, 국민 대다수가 불공정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요? 답답한 현실속에서 세계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명 강의로 소문난 저자에게서라도 정답을 듣고 싶어서 많은 독자들이 책을 찾지는 않았을까요? 그리고 국민들은 특히 '가진 자들의 정의'에 대해서 더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터진 유명환 전장관의 딸 특혜문제에 분개하면서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신의 늪은 더욱 깊어지고 잇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 사회'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들은 의혹의 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9월 2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 수십 년 전에 사회 통념적으로 이뤄진 일을 지금의 공정사회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오히려 공정사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전후 맥락을 모르고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전후 맥락을 알고 이 발언을 해석하자면 대통령 본인이 총리임명을 했지만 과거의 잘못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후보자를 두둔하는 발언입니다. 쉽게 말해, '과거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고위공직에 임명되지 못하는 것이 공정사회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미의 발언입니다. 이런 대통령의 인식을 접하는 많은 시민들은 참담하고 답답하고 어이없어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정면으로 다룬 정치철학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얼마나 국민들이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한국 방문을 소개한 기사에 대한 어느 네티즌의 짧은 멘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대통령 좀 꼭 만나고 갔으면 좋겠다. 오래만나서 (정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 좀 해 줬음 좋겠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아니라 높으신 분들이 좀 읽어봐야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30년 전 전두환 정권 하의 '정의로운 사회'와 지금 이명박 정권 하의 '공정 사회론'. 이름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은 그 정반대인 구호들. 이런 불의의 시대에 정의를 묻는 책이 읽히고 있는 한국 사회. 특히 독자의 중심에는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세대인 20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안쓰러움과 희망을 동시에 보려고 합니다.

진정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20대가 자각하고 움직여야한다는 것을 6.2지방선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선거 결과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20대가 움직이면 무언가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말합니다.) 그것이 단편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짜 정의가 상식이 되는 그런 시대가 될 때까지 계속 되어야한다는 것을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국에서의 돌풍'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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