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인사 하려던 왕, 체통을 잃다
보은인사 하려던 왕, 체통을 잃다
  • 김현석
  • 승인 2014.11.11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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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자 꾸짖는 신하 송시열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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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는 예나 지금이나 민감하고 뜨겁다. 특히, ‘보은’을 위한 인사행정은 시대를 막론하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곧잘 오르내린다.

승정원일기 현종1년 6월29일 기록을 보면 왕에게 임명안을 올리고 결재를 받고 가려던 ‘이조참의’가 퇴근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조참의는 그날따라 왕이 결재를 계속 뭉그적거리며 미루고 있는 것이 내내 찜찜했다. 퇴근을 하지 못하고 ‘정청(政廳)’에서 왕의 답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불현듯 어쩌면 왕이 자신이 올린 임명안에 불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임명안에 대한 왕의 생각을 듣고자 여러 번 아뢰었다. 그러나 왕은 시원한 답을 주지는 않고 오히려 하릴없이 대기하고 있으라고만 했다.

왕 ‘현종’은 현종대로 심사(心思)가 뒤틀렸다. 신하인 ‘이조참의’가 왕인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그저 예전에 해 오던 관행 그대로 임명안을 올린 것이 괘씸하고 화가 났다.

사실 현종은 다른 인물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바로 의관 ‘양제신’이다. 그는 자신(현종)의 병을 치료해 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랬기에 현종은 양제신을 수령으로 임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하들의 생각은 처음부터 달랐다. 임명안은 엄연히 인사회의라는 정해진 절차를 거쳐 작성된 것이므로 왕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그 임명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의 의중을 눈치 챈 뒤에도 양제신의 수령 임명안을 처음부터 반대했고, 나중에 대간들이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담당하는 관서에서는 인사안 수정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왕과 신하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갈등양상으로 번져 나갔다.

이때 승정원 좌부승지 윤집이 나섰다. 그는 ‘정청’에 남아있던 이조참의에게 현종의 속내를 정확히 전달했다. 왕이 점찍어 둔 인사안이 있다는 얘기다. 곧 양제신이라는 이름이 인사안 수정안에 오르게 되고 그는 왕의 결제에 의해 금천현감으로 임명받게 된다.

그러나 보은인사를 하려던 왕의 체면이 구겨지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신하 송시열이 왕의 보은인사를 통렬히 꾸짖으며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고 있는 비서실 ‘승정원’이 송시열의 왕 비판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후대에 기록으로 남겼다.

송시열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왕께서는 왕제신이 목민관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를 수령으로 임명하려는 것입니까? 아니면 의관으로서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수령으로 임명하려는 것입니까? 만약 전자라면 정관(政官)이 공의에 따라 후보자를 인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군왕의 번거로움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만약 후자 때문이라면 대신들과 의논하여 자급을 승격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어찌 반드시 공의를 저버리고 수령으로 임명하는 것만이 그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겠습니까?” -승정원일기 현종 1년(1660) 7월25일, ‘산처럼 出’

송시열은 성인의 자질을 가져야 할 군왕이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수령의 인선안에 화를 내며 인사참의(정관)를 정청에 구금하듯이 기다리게 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꾸짖었다.

또한 공의에 기초한 정관의 인사안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따지듯이 물었다.

군왕 ‘현종’은 송시열의 이런 비판에 딱히 반박할 논리나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밀어붙인 ‘양제신안’을 계속 붙들고 있기도 계면쩍은 상황이 됐다. 이대로 있다가는 공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사만을 관철시키는 졸렬한 왕으로 남게 될 터였다. 이미 체통을 잃어버린 왕이 이제는 그 권위마저도 흔들릴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왕은 결국 권위를 지키기로 결심했고 ‘양제신 인사안’을 공식 철회하고 만다.

민선6기를 출범한 여수시(시장 주철현)는 그동안 전남 대부분의 지자체가 관행대로 시행해 왔던 공무원 인사평점 방식에 제동부터 걸었다. 상반기 인사 평점을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이 매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매긴 평점을 도로 되돌리고 다시 평가해 매기겠다는 새 시장의 방침이 전해지자 시 공무원 분위기는 한동안 어수선했다.

당시 지역 정가에는 기존의 인사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시장의 결단이라는 해석과 함께 “아니다! 선거 공신에게 보은을 베풀기 위한 속셈의 발로에서 나온 아이디어이다”라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 동시에 나돌았다.

8월29일 전국공무원노조 여수시지부는 ‘민선 제6기 출범 인사 총평'을 통해 “직급별로 3차례에 걸쳐 실시된 민선6기 첫 인사는 일부 인사 청탁으로 공직 사기를 저하시키는 보은 인사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수 직렬 배제 인사, 직류를 고려치 않은 인사, 특정 직원에 대한 하향 전보 인사 등이 단행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노조는 “최근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이 작성한 근무평정이 위법한지에 대해 안전행정부에 질의했다”고 밝히고 “그 질의결과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이 작성한 근무평정을 참고해 후임자가 판단할 수 있다'는 회신 내용을 볼 때 공로연수에 들어간 국장의 근무평정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철현 여수시장이 민선6기 시정을 이끌면서 본인의 시정철학과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 공무원 혹은 민간인을 중용해 쓰겠다는 데에 이를 굳이 반대하고 나설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측근인사를 선거보은 차원에서 직무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요직에 발탁해 쓰겠다거나, 또는 측근인사의 공무 일탈 행위를 감싸고도는 듯한 인상을 보일 경우에는 향후 주 시장의 시정활동을 대놓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계속 늘어만 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난 11월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여수시청 간부 공무원이자 주 시장과 고교 동창인 A모 사무관의 만취운전 사고가 연일 보도되었다. 여수신문 8일자와 연합뉴스 11일자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A씨는 6일 오후11시20분 쯤 자신의 승용차로 운전을 하다 무선지구 출입국 관리소 인근 한 주유소의 시설물과 가로수를 들이받고, 다시 여천전남병원 앞 도로에서 다른 차를 들이받고 나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혈중 알콜 농도는 0.140%로 측정됐다.

특히, 사고 당일 A사무관이 돌산의 모 횟집에서 VIP들과 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져 VIP들의 면면과 대화내용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조선시대 왕 현종은 보은인사를 하려다가 체통을 잃었지만 이내 신하 송시열의 꾸짖음에 마음을 돌이킴으로써 군왕으로서의 권위를 지켜냈다.

주철현 시장에게도 송시열과 같은 공무원이 필요한 듯 보인다. 권위는 부하직원의 충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데서 빛이난다. 물론 ‘권위’와 ‘권위주의’는 매우 다르다는 것!

연합뉴스 “"음주사고·횡령·뇌물"…여수·광양시 '어수선'

 
여수신문 “여수시청 간부 만취 운전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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