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지향이 낳은 비극,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돼
성과지향이 낳은 비극,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돼
  • 심재민
  • 승인 2020.08.0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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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의 비극을 생각하며...
정당하고 올바른 과정이 우리의 목적이 돼야
대한민국 교육, 지나친 성과지상주의

 얼마전 철인3종 국가대표인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은 팀닥터와 감독 그리고 선배의 폭행과 괴롭힘이다. 스포츠인권연구소 운영위원인 함은주씨는 이러한 폭행 사건은 한국 스포츠인들의 근본적 의식 전환 없이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우리나라 국가 스포츠는 철저히 국가 주도적으로 계획과 훈련이 이루어진다. 목표는 단 하나, 좋은 성과. 그런데, 그 좋은 성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바로 폭행이다. 절대적인 목표 아래, 과정의 정당성은 무시된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과 같은 비극을 만들어 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비단, 체육계 뿐 아니라, 우리들의 사고체계 전반에 뿌리내려 있는 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이미 수십 년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악질 친일파이고, 군사쿠테타 주범임에도 그후 그가 이룩한 경제적 발전은 그에 대한 비판의 입을 막아왔다. 그뿐 아니라, 그의 후광으로 그의 사후 30년이 지나서도 그의 딸이 대통령에 당선될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다.

분명, 잘못된 선례이고, 후대가 그를 추종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은 들지만, 정확히 어떤 논리로 어린 사람들을 지도해야 할지 분명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박정희식 사고가 이미 우리 안에도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목표를 설정하면, 과정을 무시하는 태도는 박정희 이래로 우리 민족의 절대 가치가 되어 버렸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독재, 인권유린, 군대와 경찰의 폭력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잘 살기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어린 여공들은 혹독한 작업 상황 속에서도 사용자에게 정당한 권리주장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파업을 주도한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해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박정희씨가 특히 강조한 반공이라는 목표 아래에서는 인권도 민주주의도 전연 무시되었다.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은 어떤 업적이나 훌륭한 인생을 살았을지언정,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역적에 불과했다.

국가 주도식 스포츠 육성은 그러한 박정희식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우승이라는 목표가 정해지면, 과정 속에 행해지는 모든 행위가 정당화되었다. 폭언, 폭행 등은 당연지사였고, 피해자들마저, 그러한 만행들이 감독과 선배의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인식했다.

목표를 위해 정당한 과정을 무시하는 사고는 교육현장에도 남아 있다. 좋은 대학을 얼마나 보냈는가, 몇 년 연속 보냈는가 라는 목표, 성과에 따라 명문 고교라는 명예가 붙는다. 그 목표를 위해, 자율 아닌 타율,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있는 극소수 학생들에게 대한 과도한 관심과 호의, 그로 인한 대다수 학생들의 박탈감이 있다.

사교육 현장에서는 그 현상이 더욱 분명하다. 학생의 적성과 성향은 완전히 무시된 채, 외워야할 단어, 풀어야할 수학문제를 다 하지 못하면 두 시간, 세 시간은 기본이고, 네 시간, 다섯 시간, 여섯시간을 학원에 잡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인권침해이지만, 학부모의 적폭적인 지지 속에, 거의 모든 여수 시내 사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부 많이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결국 그 열매의 단 맛은 고생한 학생들이 가져갈 것이기에, 그 어떤 과정도 정당화되어야 하는가?

박정희씨에 대한 존경심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어린 학생들이 하루 종일 학원에 잡혀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고 최숙현 선수 가해자들에게는 침을 튀기며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 어떠한 숭고하고 위대한 목적도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정당하고 올바른 과정이 우리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심재민 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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