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특별법 기획] 여순사건, 그때를 되돌아본다(6)
[여순사건 특별법 기획] 여순사건, 그때를 되돌아본다(6)
  • 김충석
  • 승인 2020.07.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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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당한 주검들. 한 여인이 남편의 시신을 찾고 있다.

 

      6, 여수 인민대회(人民大會)와 인민재판(人民裁判)

오후 3시경에 백두회관(현재 동문로 6-1, 6-2, 당시 중앙동로터리는 없었다)이란 요정이 몇 달 전에 불타버린 빈터에, 임시로 연단과 국기게양대를 만들었다. 여수주민 1,000여 명이 모였고, 이용기, 이창수, 박창래, 주원석, 유목윤, 김상열, 김현수, 강대훈, 박채영, 문성휘, 김귀영 등 여수 좌익계의 이름 있는 거두들이 모두 나왔고, 연장자인 이창수의 사회로 인민대회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추도가, 해방의 노래를 시작으로 인민공화국기가 서서히 올라가 펄럭이는 가운데, 남로당 여수위원장 이용기의 개식사에 이어, 유목윤이 지난밤부터 여수에는 인민해방군이 상륙하여 와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순천으로 북상하여 이를 점령하고 북으로 북상중에 있다.

또한 이북의 인민군대가 38선을 돌파하여 서울을 점령하고 남진중에 있으며, 남조선의 전체 해방은 목전에 도달하고 있다. 이북의 인민군대가 38선을 돌파하였기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도 오늘 아침에 일본으로 도망쳤다. 따라서 우리 인민은 총궐기하여 남조선을 완전히 해방시키는데 앞장을 서야 한다.” 고 선동을 했다. 세 번째로 등단한 인물은, 14연대 인사계 지창수 상사였다.

그는 군중들의 열띤 환호 속에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등단해 능란한 말솜씨로 장내를 사로잡았다.

친애하는 여수인민 여러분! 저는 14연대 인민해방군 사령관 지창수 입니다. 어젯밤 우리는 미리 북조선 인민군과 짜놓은 계획대로 동족상잔의 제주파병을 거부하고, 우리 인민의 적인 경찰을 쳐부수고 여수인민을 해방시켰습니다. 또 우리는 북조선인민군과 약속대로 합류하기 위해, 오늘 아침 김지회 동무가 2개 대대 병력을 이끌고 이미 순천으로 떠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순간 국내에 있는 국방군 동무들도 우리와 호응하기 위해 일제히 일어났습니다. 이승만도 이 기미를 알아차리고 이미 일본으로 도망가고 없습니다. 여수인민 여러분! 이제 앞으로 우리 인민해방군은 통일의 첫걸음이 되는 군사작전에만 힘쓰고, 후방의 혁명과업은 인민위원회와 보안서가 맡아서 잘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혁명과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승만 일당의 주구 노릇을 하던 경찰과 친일파, 모리간상배 등 반동분자들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땅을 파는 농부가 땅임자가 되는 진정한 해방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여수인민 여러분! 앞으로 이 여수 땅은 우리 14연대 인민해방군이 조국통일의 첫 북을 올린 영광스런 땅으로서 영원히 역사에 빛날 것입니다.” 지창수의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계속되었다.

이어서 박기암이 여수인민을 대표해서 14연대 인민해방군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채택했다. 이어서 인민위원회 의장단 선출에는 이용기, 송욱, 유목윤, 박채영, 문성휘, 김귀영 등 6명이 뽑혔고, 의장에는 이용기, 보안서장에는 유목윤이 선출되었다. 이어 전평(全評), 민청(民靑), 여맹(女盟) 대표들의 짤막한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6개 항의 결의문 채택이 있었는데, 이용기가 1개 항씩을 읽으면 박수로 채택하는 식이었다.

1. 오늘부터 인민위원회는 여수지구 행정기관을 접수한다.

2. 우리는 유일하며 통일된 민족적 정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보위하고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3. 우리는 조국을 미 제국주의에 통째로 팔아먹으려 하는 이승만 분단정권의 분쇄를 맹세한다.
4. 무상몰수·무상분배에 의한 민주적인 토지개혁을 실시한다.
5. 미 제국주의를 위해 한국을 식민화하려는 현존하는 비민주적인 법령을 철 폐한다.
6. 모든 친일 민족반역자와 악질 경찰관 등을 철저히 처단한다.

대회는 인민공화국 만세 삼창에 이어, ‘최후의 혈전가를 부르면서 끝났고, 시가행진에 들어갔는데 도중에 많은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당시 읍사무소(1949815일 부터 여수시청)앞과 인민대회를 했던 곳에서는 반란군들이 소총과 탄환, 흰색농구화, 미군용 와이셔츠 등을 쌓아놓고 가담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반란군이 여수를 점령하자, 어제까지 지하에 숨어있던 남조선노동당 여수군인민위원회를 비롯하여 전평여수지방평의회, 여수농민위원회, 민주애국청년동맹, 여맹, 교원노조, 철도종업원, 협동노조, 학통 등 6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인민의용군(人民義勇軍)을 조직하고, 무기를 들고 경찰과 우익진영 인사 체포에 나서는 바람에 긴장감이 확산되었다.

21일부터 반역자 적발과 숙청을 계속하면서 인민재판을 개최하였다.

제일 먼저 고인수 경찰서장과 사찰계 직원 10여 명이 처형되었다.

23일 오후 5시에는 백두회관 터와 도로에 수천 명의 군중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인민재판이 열렸다. 반란군들은 우익 요원 사형, 우익 가담자 징역, 남로당비 체납자 취체(단속), 무죄 석방 등으로 구분했지만, 대부분 군중심리에 의해 즉석에서 처형되었다.

이 가운데 김태업 노총여수지구위원장은 사형이 떨어지자, 마지막 소원으로 노래 한 곡 부르게 해달라고 청하여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아름다운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처연하게 노래가 계속 울려 퍼져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으며 노래가 다 끝나고 사형이 집행되자, 여기저기서 소리 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나더라며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랫동안 회자 되었다.

[여수인터넷신문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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