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정시 확대에 관한 단상
대입 정시 확대에 관한 단상
  • 심재민
  • 승인 2019.10.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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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민어학원 원장

 정부가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대입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국 전 장관 딸 대학입시 과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한 정부 조처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취임 전후로 거의 모든 언론에서 조 장관 본인 보다는 그의 가족, 특히 그의 딸에 대한 기사들이 넘쳐났다. 조 장관의 딸은 외고 출신이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것이 언론과 검찰과 야당의 주장이다. 문제는 그것을 그렇게 이해하고, 적절한 조사와 조처를 취하면 되는 일인데, 각 기사들 댓글에서는 정시 확대’, ‘정시 100%’ ‘수시 폐지라는 단어들이 도배되다시피한 올라왔다.

도랑치우고 가재 잡겠다는 심산인가? 우리 사회의 어떤 사람들은 조국 전 장관을 괴롭히는 동시에, 이 참에 대입 정시를 확대해서, 특목고 자사고 기숙형 사립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상황을 만들어내려는 듯 하다.

기사 댓글들을 보면 마치 검찰수시 결과가 온갖 비리의 온상을 증명하는 것처럼 기정사실화 돼 있다. 그러면서 댓글 대부분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정시가 가장 공평한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시는 공평한가?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선발방식인가?

현실을 보자. 실력있는 교사 밑에서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수도권 학생들과 교실에서 거의 자습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방학생들의 학습행태가 과연 공평할 수 있는가?

땡볕 여름에 하루종일 시원하게 에어컨 켜진 방에서 공부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공부방까지 있는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 반면에 에어컨이라곤 학교에서 쐬는 것이 전부인 학생들이 똑같은가?

정시가 공정했는가를 보자. 진정 수능 점수로만 대학 간 학생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점수표가 희망 대학 지원자체를 제한해버렸다. 눈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낮은 대학을 찾아 헤매는 게 입시현장이었다. 적성, 희망직업과는 상관없는 학과에 대입 원서를 내기 일쑤였다. 이것은 마치 십 년 가까운 세월을 오직 수능 당일만을 위해 사투를 벌이다가, 수능일 단 한번으로 화투장을 뒤집는 도박장과도 같은 현실이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사에 반동적인 정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도데체 누굴까? 댓글 아이디들을 모두 추적해서 인적사항을 알아낼 수는 없기에 정말 답답한 심정이다. 감히 나는 그들이 특목고나 재수학원, 혹은 기숙형 사립학교 관련자들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우리 지역만 해도, 수시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한 해 3~4백 명 정도의 학생들이 근처 능주 장성 창평 등지의 기숙형 사립학교로 진학했다. 이제는 수시제도가 정착되면서 이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식들이 차라리 고향에 남아 내신위주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시가 확대된다면, 타지 학교들이 어떤 학생 유인 전략을 들고 나올지 불보듯 뻔하다. 실력이 뒤처지고,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과 함께 해서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만약 정시가 확대되어, 정시로 대학을 가야만 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된다.

현재 우리 지역은 90퍼센트 정도가 수시로 대학진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수시에 대한 비중이 크다는 분석이다.

학교 내신 관리에 대한 부담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또 학생들은 교과목 내용과는 관련이 없는 수행평가를 그야말로 수행하느라 며칠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교 시험 주관식 문제에서는 채점권자인 학교 교사의 출제관점에 따라 석연치 않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학교 시험 하나만으로 대학을 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학교 수업은 탄탄하거나 자세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수능시험에서 학교 시험으로 대체된 것 뿐이지,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아닌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자연스레 사교육의 도움을 필요로 하겠지만, 상위권 학생들도 내신 등급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수시에는 여전히 문제들이 내포돼 있다. 그럼에도, 수시가 보편화된 이후, 3병이라는 단어를 주위에서 듣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행 수시는 고3 1학기 내신 성적까지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은 여유로운 학교생활을 즐기게 된다.

물론 학원도 대부분 그만둔다. 수시 원서를 쓸 때에도 6군데에 지원할 수 있는데, 많은 학교에 지원이 가능하기에 합격할 확률은 높다. 더군다나, 처음 지원한 학교 모두에서 낙방한다 하더라도, 대기자 명단을 기다릴 수 있다. 애초에 6곳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도 결국에는 한 곳에만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6군데에 모두 합격한 학생은 한 곳만 선택하고, 나머지 5곳은 대기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최종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렇게 수시제도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수시의 가장 큰 업적은 학생들을 학교로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학교는 수능 성적을 위한 단순 지식을 축적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신 성적을 위해서라도 학교 선생님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수행평가를 위해, 팀 혹은 개인별로 준비를 해야 하고, 그것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 지식적 효과 여부를 떠나서, 그것은 학창시절 가져볼 수 있는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이다.

정시가 확대된다면, 명문 사교육 현장은 불야성을 이룰 것이고, 학생들은 오전 내내 학교에서 수면을 취해야만 할 것이다. 감히 깨우는 교사가 있다면, ‘인터넷 강사 보다 더 잘 가르쳐 보시던가라는 어떤 영화 속 대사를 들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일부 계층의 입김만을 전달하는 언론에 휘둘리지 말고, 교육철학을 가지고 의연한 자세로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흔히, ‘정치는 이미지로 승부하고 정책으로 통치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수인터넷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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