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 '나는 자연인이다'
TV 프로 '나는 자연인이다'
  • 심재민
  • 승인 2019.10.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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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민 어학원 원장

 티비를 켜면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같은 방송을 보게 된다. 프로그램 제목은 나는 자연인이다.’

특별히 다른 볼 것이 없어서, 멍하니 쇼파에 앉아서 보게 된 프로그램으로 그리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아침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저녁 먹고, 잔다. 그런 평범한 프로그램을 다른 케이블 방송사들이 구매해서 방영하다 보니, 어떤 때는 거의 모든 채널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시청할 수 있을 정도다. 늘 티비 앞에서 그 프로를 보고 있노라면, 아내로부터 산에 가서 혼자 살고 싶은 건 아니고?” 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아내 주위분들에게 들어보니, 다른 집 아저씨들도 시도 때도 없이 그 방송을 넋을 잃고 본단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내심 안심이 되면서도 다른 남자들도 그 프로에 빠져드는 이유가 무엇일까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먼저, 이승윤 윤택 두 개그맨의 자연인들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이틀 정도를 산중에서 같이 보내는 것 같은데, 만나자 마자, 형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린다. 같은 호칭이지만, 친형이나 실제 아버지를 부르듯 정겨운 말투 때문에, 처음에는 이승윤 윤택 두 사람의 실제 가족이 산에서 사는 줄 알았다.

산을 내려올 때는 자연인이나 두 개그맨이나 자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솔하고 따뜻한 두 고정 출연자의 인품이 이 작품의 인기비결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로, 자연인들이 산에 올라온 사연이다. 젊어서는 돈벌고 가족 부양하느라 정신없이 전투적으로 살았던 모습. 이후, 재정적, 혹은 건강상으로 실패해서 아무런 희망이 없는 모습. 이런 사연들은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사회적 복지제도 기반이 열악하다. 사업을 하다가 망하거나, 실업을 당하거나, 노후에 은퇴 이후에 살 길들이 분명하지 못하다. 사업 투자에서 한 두 번은 잘못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확률적 이치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버티지 못하고 바로 사회 맨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실업 후에 모아둔 돈으로 조그만 사업을 운영해도, 위에 언급된 상황을 맞게 된다. 정년까지 실업 상태에 놓이지 않고, 안전하게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모아둔 돈을 가지고 다시 위의 상황으로 결론을 맺는다.

영리한 국민들이 생각해낸 자구책은 사업할 필요가 없고, 부도가 날 염려도 없고, 정년 퇴직 후에는 죽을 때까지 매달 생활비가 지급되는 길을 택하는 것인데, 바로 공무원의 삶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우리나라 국민들 다수가 공무원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매우 기이하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매우 심각하고 진지한데도 말이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인기를 끄는 세 번째 이유는, 자연으로 돌아간 이후에 찾은 몸과 마음의 평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거의 늘 함께 찾아오는 불행은 건강의 악화를 초래한다. 자연인들은 하나같이 자연에서 살면서 몸이 회복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산에서 나는 나물, 약초 먹고, 맑은 물과 공기를 마시고, 늘 걸어다니는 삶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경쟁과 실패에 대한 불안, 시간에 늘 쫓기던 긴장감에서 벗어나면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넘치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느끼며 더 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자연인들은 말한다.

대한민국의 중장년층 남성들은 공무원이 아닌 이상에야, 몇 년 후에, 길면 십 여년 후에 다가올 퇴직을 생각하며 밤잠을 설칠 수 밖에 없다. 모아둔 돈은 없고, 더군다나 두 번 창업할 여유도 없다. 치킨집을 할까, 식당을 차릴까 고민할 테지만, 개업한 식당 백 곳 중 아흔아홉 곳이 수 년내에 폐업한다는 신문기사를 접할 때면, 깊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중장년층이 빨리 정년퇴직하고 싶어 안달이란다. 그 나라들은 젊어서 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국가에 세금으로 낸다. 대신에 정년퇴직 이후, 젊어서 소득의 80퍼센트의 생활비를 국가로부터 국민연금으로 지급받는다. 그 돈으로 그들은 유럽 전역과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야말로 꿈같은 노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으로 떠나고, 그들은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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