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에 '조국' 지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에 '조국' 지지
  • 심재민
  • 승인 2019.09.1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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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트라우마
나의 정치인 '노무현'을 잃다

 정치인들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의혹제기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의혹을 검증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의혹의 당사자는 타격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조국 교수 자녀 동양대 표창장 문제나, 카이스트대 활동, 사모펀드 등은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진위나 범법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야 비로소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 교수 지지자들은 어떻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 의혹을 반박하며, 그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을 벌일 수 있었을까?

조국 교수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야당은 당연히 반대를 위한 의혹을 제기했다. 특이한 것은 그런 야당의 의혹을 언론, 특히 케이블 티비 채널들은 실시간 인용하며 보도했다. 약 한 달간, 조국 교수에 대한 기사는 무려 10만 건을 넘는다는 조사가 있다. 언론과 함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인 곳은 검찰이다.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은 여론을 조성하고, 검찰은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비밀을 유지하며, 수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직속상관인 법무장관에게도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치, 언론, 검찰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는 법무장관에 임명되었다. 시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양해를 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지만, 여론은 반대보다는 찬성으로 흘렀다.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정확히 10년 전 사건에 있다고 본다.

10년 전, 전국의 시민들은 봉화마을에서 검찰청으로 향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수 시간에 걸친 그의 행보를 여러 방송사에서 생방송으로 전했다. 마라톤 중계도 아닌데, 굳이 그 과정 전체를 방송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버스에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시내에 들어오고, 버스에서 내리고, 검찰청 앞에 서는 모든 모습을 언론은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 조차도 서슬 시퍼런 정권 앞에 숨죽이거나,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강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라는 생각지도 방향으로 흘렀다.

조국 교수는 청문회 질의응답에서 지난 한 달이 사노맹 사건으로 몇 개월 투옥된 감옥생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인들과 그것을 대서특필하는 언론들 그리고 혹독한 검찰수사. 그것들은 한 개인의 인생을 순식간에 지옥처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시민들은 알지 못했다. 정치인들과 언론과 검찰을 믿고, 공정한 수사를 해줄 것이라며 중립을 지킨 것이 의혹 당사자에게는 더 가혹한 비수일 수도 있었음을 아마도 시민들은 그의 서거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그 유명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집어낸 것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그를 살릴 수는 없지만, 같은 상황을 접할 경우, 다시는 그러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영화 내부자명대사처럼, 시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잊는 개돼지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생업에 매여서 먹고 사느라 바쁜 시민들은 정치권이나 언론 소식을 전문적으로 심도 깊게 연구할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어느 누군가 기획했을 지도 모르는 것처럼 시민들이 십 년 전과 판박이처럼 같은 방법에 또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조국 장관 자녀 문제 등에 대해 시민들은 여전히 실망감을 갖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청년지지율 하락은 그런 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말설임 없이, 촌각의 기다림도 없이, ‘조국을 지지하며, ‘조국 장관 임명을 간절히 바라는 실시간 검색어들은 어쩌면 조국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 보다도, 10년 전 우리 곁을 떠난 한 정치인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에서 발현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심재민 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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