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돌아온 '전남도 교육감의 청원 답변'
한 달만에 돌아온 '전남도 교육감의 청원 답변'
  • 심재민
  • 승인 2019.07.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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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역 고교 영어 시험에는 교과서와 전국모의고사가 출제된다.

전국모의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수준 있는 평가 수단이다. 내용면에서도 우수해서 교과서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학교에서는 매번 모의고사 내용을 중간 기말고사 시험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준 높은 것을 학생 스스로, 혼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준 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교과서의 몇 배는 된다. 그것을 어떻게 학생들이 혼자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전남교육청 교육감신문고에 모의고사 내용을 학교에서 수업해달라고 청원을 넣었다.

그러나 교육감 개인신문고에 글을 쓴지, 삼 주가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나 연락이 없어서, 전체 청원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리고서야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후, 한 달 만이다.

늦게 온 답변이지만, 결론 또한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감이 밝힌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둘째, 학생 스스로의 자율성을 향상시키고, 셋째, 교과서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학기 초에 세운 학습계획이 있으므로 다른 수업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어떤 수업행태이던 간에 모의고사에 대해서 전혀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게 학교의 현실인데... 어떤 수업을 지양하고, 어떤 것은 지향하고 할 것도 없다.

두 번째, 학생 스스로의 자율성을 향상시키려면, 뭔가 기댈 수 있는 기본적 이해도가 바탕에 깔린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학생 스스로 자습이 가능하다면, 더 쉬운 교과서는 왜 수업을 그렇게나 오래, 세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셋째, 교과서를 가르치기 위한 계획이 있는데, 다른 것을 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면, 그 두꺼운 부교재는 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교육감이 제시한 세 가지 거부 이유는 교육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교사의 교수 내용에 무언가를 강제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원론적 회피적 답변에 불과하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이번 청원을 올리면서, 교육청이나 학교가 크게 깨닫고 반성하고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완전히 기대한 것은 아니다. 전에 어떤 중학교 교사는 시험 범위 세 과 가운데, 한 과를 하루 만에 끝내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과목은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정작 시험에는 배우지도 않은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수업은 오로지 교사의 재량이다. 청원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칼자루는 교사들이 쥐고 있다.

학교 교사가 모의고사 수업을 해준다 하면서, 쭉 읽고 넘어가면서 수업했다고 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게 된다.

모의고사 수업이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수업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포기해 버리면, 학생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나는 소위 필요악으로 일컬어지는 사교육 운영자이다. 결혼 정보 회사에도 학원강사는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명예보다는 오로지 돈 버는 재미로만 살아야하는 직종으로 분류되서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에 교육현실에 대해 숙고하다가 교육청에 청원을 넣었던 이유는 학생들이 안타까와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밤 11시 전후로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고 바르르 눈을 떤다. 토요일 일요일 휴일 없이, 학원에 나와야 겨우, 교과서 부교재 모의고사를 준비할 수 있다. 이나마도 축복받은 경우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원에 올 수 없는 학생들은 부모를 원망하거나, 더 똑똑하지 못한 자신의 아이큐를 탓할 수밖에 없다. 나는 교육청이 그런 학생들을 불쌍히 여겨주기를 바란다.

거부와 거절, 변명과 근거 이전에,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을 가엾이 여기고, 돕기 위해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교육청과 학교와 교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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