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의 입시클리닉 (1) ‘내신(内申)’과 ‘내신하다(内申する)’
장용호의 입시클리닉 (1) ‘내신(内申)’과 ‘내신하다(内申する)’
  • 장용호
  • 승인 2018.06.30 1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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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용호의 입시클리닉을 연재하게 된 장용호입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입시를 쉽게 이해시켜드리고 입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는 장용호의 입시클리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입시클리닉 처음 시작하는 거라 본격적인 입시클리닉 하기 전에 용어클리닉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대학입시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과 그 학부모 사이에 유행하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신 중의 신은?’ 답은 예상하듯 내신입니다. 그만큼 내신의 영향력이 입시에서 막강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예인데요. 입시용어 중 내신이란 말만큼 자주 사용되는 말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교육부나 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나오는 공식 자료에는 내신이라는 용어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교과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내신정도로 생각하면서 내신이라는 용어를 원래부터 써오던 거라 편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신이라는 말의 원래 뜻을 안다면 절대 쓸 수 없는 말입니다. 같은 이유로 이미 바뀐 사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부하들이 전쟁에서 목을 많이 베는 순서로 등급을 정했는데 그때 사용하던 기준이 수우미양가 (원래는 수우양가)라고. 그래서 해방 후 66년간이나 쓰던 이 용어를 몇 년 전에 완전히 없애버렸고 그래서 지금은 성취도를 A,B,C,D,E 이렇게 기록합니다. 성적표에 보면 A(2)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취기준으로 보면 A등급이고 석차등급으로는 2등급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전 수우미양가체제였으면 였겠지요.

내신이라는 용어는 아직도 우리 학부모, 학생 사이에 만연해 있습니다. 마치 원 뜻을 알면 절대 쓰지 못할 쌍욕을 우리 어린 학생들이 얘기를 재밌게 시작할 때 무의미하게 덧붙이는 것처럼. 그럼 왜 내신이란 용어를 쓰지 말자고 하는 걸까요? '내신(內申)'은 과연 무슨 뜻일까요? 원래 의미는 비밀 편지라는 뜻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내신(內申) : 상급 학교 진학이나 취직과 관련하여 선발의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자의 출신 학교에서 학업 성적, 품행 등을 적어 보냄. 또는 그 성적. (네이버 국어사전)

그런데 내신하다란 말이 연관어로 보입니다. 내신하다(内申する) 란 무슨 뜻일까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 인사 문제나 사업 내용 따위를 공개하지 아니하고 상급 기관에 보고하다. ex) 교사들의 근무 태도를 장학사가 내신하다.

2 . <교육> 상급 학교 진학이나 취직과 관련하여 선발의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자의 출신 학교에서 학업 성적, 품행 등을 적어 보내다. ex) 학생들의 성적을 내신하다. (네이버 국어사전)

내신하다(内申する)란 말에서 알 수 있듯, ‘내신이란 말은 일제 강점기의 용어입니다. ‘내신이란 용어 사용을 절대 반대하는 구체적인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전성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옮겨봅니다.

일제강점기에 선생님이 되려면 사범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기 매우 어려웠다. 좋은 성적은 물론, 사상을 보장하는 보통학교 교장의 추천서를 받아야했기 때문이다. 이 추천서는 '이 학생은 절대로 독립사상을 가르칠 염려가 없는 학생'이라는 일본에 대한 충성 보증서인 셈이다. 이 추천서가 없으면 입학을 할 수 없는 데가 사범학교였다. 그 추천서는 갈색 봉투에 넣어 봉하고 봉한 곳에 네모난 붉은 도장을 찍어 아무도 열어봐서는 안된다는 표시를 한다.

소위 기밀문서인 셈이다. 이 추천서를 내신(內申, secret letter)이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비밀 편지라는 말이다. 왜 그 자랑스럽지 못한 용어를 '내신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전성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중에서)

요약하면 내신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교사 선발할 때 이 입학생 후보는 친일파이고 어린 학생을 친일파로 양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검증을 하는 비밀추천서, 비밀편지라는 뜻입니다. 아무나 뜯어볼 수 없는 내밀한(은밀한) 서신, 그래서 내신이라 불리나 봅니다.

내신이란 말 대신 교과란 말을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공식적인 문서에는 다들 교과라고 개선되어 있는데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다양한 입시주체들은 이 내신이란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신이란 용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 글을 적고 있는 저 역시 학부모 상담할 때 내신이라는 단어와 교과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쓰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정말 자료에는 교과라고 적혀 있는데 말을 할 때는 내신으로 번역되는 수준입니다. 이제는 국민학교대신에 초등학교라고 다들 쓰듯이 몇 년 뒤에는 아무도 내신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다들 교과라는 말을 쓰는 시대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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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경 2018-07-05 16:59:36
아 무심코 사용하던 내신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런건줄 몰랐네요...앞으로는 필히 교과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