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교육정책, 여전히 갈팡질팡
정부의 교육정책, 여전히 갈팡질팡
  • 김현석
  • 승인 2018.06.0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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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주도적 역할 실종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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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11일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현재 중3부터 적용될 주요 정책 방향을 대통령직속 교육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대입 교육정책은 학생부종합전형간의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여부, 수시 최저학력기준, 수능평가 방법 등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가 핵심 관건이 된다. 이 기준을 보면 현 정부가 교육 정책을 교육적 타당성 관점으로 보고 있느냐, 아니면 공정성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느냐를 알 수가 있다.

그동안 대학입시 제도는 1950년대 대학별 시험제도와 대입국가고시제, 70년대는 예비고사·본고사제, 80년대에는 학력고사와 내신병행제를 거쳐 1994년부터 지금의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 고교내신, 대학별 자율결정 병행제 시행으로 이어져 왔다. 취지는 단답형 암기식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다양한 전형방식 장점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도 교육현장에서는 현 대입제도가 복잡한 선발방식을 양산하면서 선행학습을 부추겨 부유층에게 유리한 시험제도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학력고사를 통해 선발하던 시절에는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이제는 복잡한 입시 전형과 비교과과정까지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의 요구는 애당초 창의력 증진과 자율성 확대라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대학간 우열은 존재하고 서열화는 굳건하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희망하는 전공은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공정한 기준이 무엇이냐가 승복의 관건이 된다. 대학학군제나 추첨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닐 바에, 입시제도만으로 경쟁관계를 없애겠다고 희망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대학입시가 중요한 건 대입이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사회생활 즉, 경제생활과 삶의 질 등 여러 면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입은 보육 단계에서부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교육비를 들이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이 역시 5/9% 증가한 수치다. 또 고용노동부 통계자료를 보면 학력별 월 임금 총액은 2016년 기준 대졸이 362만원인데 비해 고졸은 이보다 61% 수준인 220만원이다.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는 취업이나 승진에서 불리한 구조하는게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현 입시제도는 선행학습을 하고서도 고3이 되면 학부모가 추가로 컨설팅을 받아야할 정도로 매우 복잡다단하다. 따라서 단순명료하고 납득할만한 대입제도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영유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은 여론의 질타에 밀려 1년 유예로 물러섰다. 충분히 숙의를 거쳤으리라 믿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교육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섣부른 정책이었다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진보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소신도 바뀌었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내놓았던 수능개편시안에서 “4과목 절대평가, 전과목 절대평가 외에 3안은 없다”, “교육내실화를 위해 절대평가 전환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4월에는 “절대평가가 교육부 기본입장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고 교육부의 수시확대 기조 유지는 지난 3월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입시 핵심 정책이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가 여론이 불리해지면 발을 빼는 모습은 한 두 차례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올해 3월부터 금지하겠다는 방침도 3주 만에 시행여부 자체를 1년 뒤로 유예했다. 이 때문에 초등 1,2학년만 영어 공교육 대상에서 빠지는 이상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지난해 8월에 수능 개편안을 1년 뒤로 미루다보니 현 고1은 교육과정과 수능 시험이 별개인 상태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중3은 안갯속에서 대입진로를 준비해야 하는 최대의 희생양이 됐다.

특히 이번에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안’에는 개편안에 대한 어떤 원칙이나 우선순위가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교육부 존재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수능은 1999년도 이후 탐구영역 선택과목, 표준점수 체제 도입 등 다섯 차례나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단지 수능·학종 균형, 수시·정시 모집 통합,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쟁점들을 총망라한 메뉴만 공개하고 자체안은 정하지도 못한 것이다. 학종과 수능 전형간 비율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수백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텐데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제시안이 없다는 것. 이것이 문제 중의 문제라 하겠다.

김 장관은 “특정안에 비중을 두지 않고 국가교육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으나 국가교육회의는 구성위원이 당연직인 정부 부처 장관 9명과 민간위원 12명 등으로만 돼 있을 뿐 입시전문가나 현직교사는 찾아 볼 수 없는 기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교육회의는 23일, 이 교육부 안을 13명이 참여하는 ‘2022 대입개편 특위’로 넘겼고, 특위는 다시 이 안을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통해 공론화 할 계획이다. 마치 뜨거운 감자를 원청이 하청에 단계적으로 하달 하듯 넘기고 있다는 인상이다. 다행인 점은 이 공론화장에 100명의 국민이 무작위로 선정된다는 것인데 여기서 교육현장의 리얼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다.

결국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교육부의 갈팡질팡 행보를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교육부 존재감 상실은 물론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교육당국의 손에 의해 다시 국민들의 손에 쥐어지게 됐다.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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